“원자력 안전 궁극적 가치는 국민 안심…전문성에 소통도 중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용후핵연료 등 규제 연구개발도 ‘착착’
KINS적인 게 세계적인 것…고유 전문성·경험·주관으로 규제판단

김석철 제13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김석철 제13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은 명실상부 세계적인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이다. 지난 1990년 2월 설립된 KINS는 그동안 전문성을 앞세워 원자력 안전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왔다.

탄소중립 시대에 원자력이 가치 있는 옵션으로 자리 잡으려면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KINS는 축적된 기술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K-원자력 안전 규제의 자립성을 추구하고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석철 원장은 "이제부터는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경험, 우리의 전문성, 우리의 주관으로 기술적 규제 판단을 해야 한다"며 "그동안 체화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국민과 시민사회와의 소통, 구성원과 구성원, 그리고 각 분야와 분야 간의 소통과 협치의 파이를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을 만나 급변하는 원자력안전 환경에 발맞춰 KINS가 어떤 변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들어봤다.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3년 만에 KINS로 돌아온 소감을 말해 달라.

"KINS가 더욱 젊어졌다. 젊은 조직만이 내뿜는 에너지와 열정만큼 KINS를 향한 국민과 정부의 높아진 기대도 체감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KINS는 지난 1990년 2월 약 200명의 규모로 출발했다. 현재는 약 650명 규모로, 지난 30년간 3배 이상으로 조직이 성장한 셈이다. 그동안 켜켜이 쌓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자력 안전 규제 전문기관으로 당당하게 성장한 점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진다.

KINS 가족과 다시 함께하게 돼 더없이 기쁜 마음이고, KINS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취임 후 일성으로 '원자력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원자력 안전 규제는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는데.

"원자력 안전의 궁극적인 가치는 국민 안심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한데, 이는 단순히 기술 정보나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IAEA,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사례를 들어 우리의 기준과 판단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했다. 기술적인 보수성이나 극히 낮은 사고 확률에 근거한 전문가적 답변으로 사회와 소통해 왔다. 하지만 기술적 전문성 못지않게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가치를 공유할 것인지도 중요시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KINS는 안전 규제 전문기관이다. KINS의 핵심역량인 전문성이 국민 안심으로 발현되려면 '행동하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안전 규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안을 명확한 규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열린 전문성'을 고양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급변하는 원자력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새로운 안전 규제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규제체제가 미치지 못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SMR은 기존 원전과는 다르게 소형-모듈형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KINS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중소형원자로 안전규제 기반기술 개발 R&D'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SMR 규제현안에 대한 국제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각국의 경험과 교훈을 교류하고, 인허가를 둘러싼 현안을 파악하여 국내 소형모듈형원자로 규제지침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기존의 원자력 안전 R&D는 주로 대형원전의 규제 현안 해결을 위한 과제 위주였다. 하지만 이번 R&D는 신기술 도입 설계가 적용되는 소형·모듈형·다목적 원자로의 안전 현안에 대한 규제요건과 안전성 검증기술을 개발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보장하려면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및 처분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이에 대한 안전 규제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KINS의 핵심 과제일 것 같은데.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이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핵심솔루션 개발 및 관리기반 구축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KINS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담당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규제기술 분야'에서 심층처분시스템 세부규제요건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KINS는 심층처분시설 건설에 필요한 규제 요소를 적기에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전 과정의 규제기반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좋은 일터를 만들고 KINS 구성원과 다층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도 관심 사항일 것 같다.

"구성원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후 부서별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관 운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KINS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만큼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신입직원과의 티타임을 통해 MZ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이들이 KINS의 조직문화와 잘 융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원장실은 어렵고 불편한 곳'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최근 탕비실을 작은 카페테리아로 개조해 늘 커피향기를 머금은 공간으로 꾸몄다. 분야와 직군, 세대에 관계 없이 직원 누구나 편안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원장실이 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KINS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씀은.

"앞으로 'KINS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고유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K-원자력 안전 규제의 자립성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경험, 우리의 전문성, 우리의 주관으로 기술적 규제 판단을 해야 한다.

KINS는 30년 동안 쌓아온 안전 규제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덧 세계적인 전문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국제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원전 후발국의 규제 인프라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사우디 정부기관(NRRC; Nuclear and Radiological Regulatory Commission)이 공모하는 사우디 연구용원자로의 규제 절차 개발 과제의 우선협상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INS의 규제역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아는 것을 활용하고 직접 행동을 해야 비로소 힘이 된다는 믿음으로 규제업무에 임할 것이다. 행동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국민 안심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He is...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0여 년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원자력 분야 안전성 평가 및 원자력 사고와 테러 비상대응 분야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5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직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 제13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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