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무리 지어 사는 펭귄의 먹이는 크릴새우나 물고기, 오징어 등 바닷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펭귄은 평소 얼음 위에 살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펭귄 무리는 바다에 뛰어들기 전, 배가 고파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며 서로 눈치만 보는 모습을 보인다.

바다표범이나 물개와 같은 천적이 바닷속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리스크 때문이다.

그렇게 눈치만 살피다가 어느 용감한 펭귄이 먼저 바다에 뛰어든 후 안전이 확보되면 뒤를 따라 수백, 수 천마리의 펭귄들이 물속으로 다이빙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앞장서 도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첫 번째 펭귄'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SK E&S와 국내최초로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받는 직접PPA 계약을 체결한 것 또한 '첫 번째 펭귄'의 사례다.

아모레퍼시픽은 대전 데일리뷰티 사업장에 올해 4분기부터 20년간 연 5MW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계약은 재생에너지 중계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기업들의 꾸준한 요청에 따라 지난해 10월 25일 처음 시행된 직접PPA는 반년이 되도록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망 이용료나 전력산업기반기금 문제, 배출권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얼음 끝에서 머뭇거리는 펭귄처럼 망설인 것이다.

물론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계약은 당장이 아닌, 올해 4분기부터 공급받는 '사전계약' 형태로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국내 제1호'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해 영리하게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꼼수'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가이드라인'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계약을 맺은 것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칭찬받을 일이다. 또 꼼수가 아닌 '콜롬버스의 달걀'이라 하고 싶다.

이번 아모레퍼시픽 사례를 계기로 많은 펭귄이 바다에 뛰어들어 RE100이라는 물고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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