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나소닉, 경영난 극복 못하고 韓 진출 16년 만에 철수

한때는 신동아의 현장대응력, 파나소닉 품질우선주의 결합해 돌풍

건설경기 침체와 업체 출혈경쟁 탓에 최근 3년 간 100억 손실

스마트홈 기업 비쥬드림, 인수 이후 어떤 성과낼 지 귀추 주목

2018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에서 파나소닉신동아 임직원과 협력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 시점을 기준으로 파나소닉신동아는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결국 회사를 매각하고, 일본 경영진은 본국으로 돌아간다.

국내 배선기구 업계 2위 기업인 파나소닉신동아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홈 네트워크와 스마트홈 기업인 비쥬드림에 매각됐다.

지난 2006년 당시 신동아전기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배선기구 시장에 진입했던 일본 파나소닉은 한국 진출 16년 만에 완전 철수한다.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신동아와 비쥬드림은 14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경영진은 29일까지 회사를 정리한 뒤 이달 안으로 본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파나소닉신동아의 매각설은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2018년 695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19년 570억원, 2020년 496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같은 기간 당기순익은 21억원 흑자에서 2019년 -20억원, 2020년 -20억원,  2021년 -70억원 등 최근 3년간 100억원 이상의 손실로 전환되면서 일본 파나소닉이 회사를 매각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적당한 인수기업을 물색하다 파나소닉신동아의 1차 벤더기업이면서 제품개발을 담당했던 비쥬기업을 낙점하고, 매각을 마무리지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조차 14일 매각계약을 하고 나서야 관련 사실을 알 정도로 인수과정이 극비에 진행됐다"면서 "현재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보장한다고 하는데, 향후 어떻게 되는 것인지 너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특판시장의 강자, 결국 매각 수순 밟아

지난 1988년 배선기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신동아전기'로 문을 연 파나소닉신동아는 주택용 배선기구인 스위치, 콘센트 등을 생산하다 이후 차단기, 전자파서지방지분전반, 스타델타자동접촉기를 비롯해 홈네트워크 스위치, 최적화조도스위치, 대기전력차단콘센트 등 시대 흐름을 앞서가는 아이템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전자파 서지방지형 분전반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을 받았다.

덕분에 2006년에는 글로벌 기업인 일본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2012년에는 창업주인 배홍기 회장이 지분을 파나소닉에 완전히 매각하고, 일본 기업으로 거듭났다.

당시만 해도 파나소닉신동아는 일본의 글로벌기업인 파나소닉과 한국의 중견 배선기구업체인 신동아전기의 강점이 결합된 기업답게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동아전기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과 현장대응력, 일본 파나소닉 본사가 철칙처럼 지키는 품질우선주의가 결합돼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특판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특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지닌 프리미엄급 제품부터 보급형 아이템까지 고른 라인업을 바탕으로 특판(건설사)뿐만 아니라 시장, 유통(대형마트) 등 전 영역에서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하지만 배선기구 시장이 2020년을 전후로 건설시장 침체와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인해 파나소닉신동아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됐다.

시장에서 관행처럼 행해지던 건설사 대상 영업이 힘들어지고, 규정과 원칙에 따라서만 일처리를 해야 하는 일본 파나소닉 본사 방침으로 인해 파나소닉신동아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국인 사장을 임명했다가 2018년 일본인 사장을 임명한 게 회사 분위기가 바뀐 결정적 계기로 보인다"면서 "한국 배선기구 시장은 특유의 관행들이 있는데, 일본인 사장이 일본 파나소닉의 경영시스템을 고수하다 보니 성과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日과 맞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됐다"분위기도

파나소닉신동아를 인수한 비쥬드림(대표 이재형)은 에어 센서와 IoT 스위치, 에코솔루션 등을 개발, 생산하는 홈네트워크와 스마트홈 기업으로, 파나소닉신동아의 1차 벤더로 활동해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1군 건설사와 한전, 한전KDN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기술개발능력과 함께 자금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재형 대표는 삼성 계열사인 씨브이네트 출신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인수업체를 물색하다가 1차 벤더로 활동하는 비쥬드림이 기술력도 있고, 자금력도 갖춘 것으로 판단돼 낙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파나소닉신동아 내부에서는 '차라리 잘됐다'는 평가도 일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배선기구 업체들은 건설사 담당자와 교류도 하고, 관계십도 맺으면서 사활을 걸고 영업을 하는데, 우리는 원칙대로 하라는 일본 본사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보니 영업부분에서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솔직히 일본의 정서와 우리의 시장상황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이번 매각이 향후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 30년간 국내 배선기구 시장에서 쌓은 신동아의 네트워크와 저력, 그리고 비쥬드림 젊은 대표의 새로운 경영마인드와 기술력이 결합되면 잠시 동안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크게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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