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저장시설 건설 논의 수년째 제자리걸음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도 국회 계류 중
“윤 정부, 강한 의지로 문제 해결해야” 목소리도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이하 맥스터)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이하 맥스터)

최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이 추가로 완공되면서 포화로 원전 가동 중단 우려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영구저장시설 건설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이제는 새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 추가 맥스터 준공…2029년까지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공사를 마무리 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맥스터 증설은 지난 2020년 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지역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과열되면서 여러 차례 착공이 지연됐다. 경주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경주지역 주민을 대표해 선정된 시민참여단 145명 중 81.4%가 증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어 재검토위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부에 권고안을 제출했고, 곧바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증설 추진계획이 수립돼 2020년 8월 첫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준공된 맥스터 7기 덕택에 월성 2~4호기의 설계 수명인 오는 2029년까지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저장할 수 있어 한수원으로서는 큰 걱정거리를 덜게 됐다.

특히 월성원전은 올해 100% 포화가 예상돼 맥스터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미 2021년 2분기 기준 98.2%의 포화율을 보였다.

그러나 맥스터 7기 증설에 따라 향후 16만8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추가로 저장하게 된 것을 물론, 운영 중인 캐니스터 300기와 1단계 맥스터 7기를 합하면 총 33만다발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갖추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리 시설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새 정부가 해결해야

맥스터 7기가 증설됨에 따라 월성 2~4호기는 중단 없이 가동될 전망이다. 그러나 임시저장시설이 아닌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시설 처리 문제는 여전히 산적한 모습이다.

앞서 2013년 정부는 사용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영구 처리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위원회는 수년간의 활동 끝에 2016년 7월 1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재검토위는 지난해 4월 권고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특별법을 만들어 부지 선정 절차를 법제화하라'는 것과 '독립 행정위원회를 신설해 정책 총괄을 맡겨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부는 재검토위가 권고한 내용을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모두 포함시켰다. 그러나 권고를 제외한 나머지 로드맵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1차 계획안과 대부분 비슷했다. 결국 5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7일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행정 예고한 이후 사용후핵연료 저장 부지 선정을 위한 작업을 추진중에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 추진을 위한 특별법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데다 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 역시 거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관련 작업들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에서 원전 폐기물 시한 수위는 더 높아졌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 내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는 2031년 영광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된다. 지난해 기준 한빛 원전의 포화율은 74.2%로 2029년에 포화될 예정이다. 고리 원전은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신월성 원전 2044년, 새울 원전 2066년 등의 순으로 저장 공간이 다 찬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우선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을 기반으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공론화 절차를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고준위 방폐물 후보부지를 선정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제도화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지역 갈등은 물론 사용후핵연료들은 계속 쌓이고 있다"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친원전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이 앞당겨 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논의를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면서 "영구처분장 부지 확보를 비롯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업무 전반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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