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화력으로 SMP 급등 억눌러…정부 빠른 대처와 발전사 노력 '일등공신'
3월 들어 수요 낮아져도 여전히 SMP 190원대…적절한 에너지믹스 구축 힘써야

올 겨울철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석탄화력과 원전의 가동을 확대하며 SMP 상승을 억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 에너지비용의 급등 현상이 일어난 가운데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가동 확대를 통해 국내 전력구매비용 상승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 두 발전원이 오히려 전력시장의 위기를 돌파하는 데 기여한 것.

전력거래소가 제공하는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 1월 거래된 원전 생산 전력은 1만5330GWh, 석탄화력발전은 1만7755GWh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은 원전 1만5741GWh, 석탄화력 1만7397GWh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거래된 전력은 원전 1만2888GWh, 석탄화력 1만5288GWh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12월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석탄화력 자발적 상한제를 도입하는 만큼 석탄화력의 경우 직전월보다 거래량이 줄어야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겨울 전 세계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비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도입을 최소화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원전 역시 대거 정비에 돌입해야 했지만, 지난 겨울 가동률이 95%에 달하며 겨울철 안정적 전력공급을 이끌었다고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원전과 석탄화력의 가동이 늘어나면서 계통한계가격(SMP) 급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 1월과 지난해 12월 월평균 SMP는 각각 kWh당 154원, 142원으로 전년도 70원, 67원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중순쯤부터 이어진 전 세계적인 고유가 현상으로 LNG 가격이 급격하게 뛰어오르면서 LNG 가격의 영향을 받는 SMP가 동반 상승한 것.

실제로 EPSIS에 지난해 1월 등록된 LNG 가격은 t당 45만2554원을 기록한 데 비해 지난 1월은 108만8024원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SMP는 시간별로 가동된 발전소 가운데 발전원가가 가장 비싼 곳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LNG가 대부분 SMP를 결정짓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보통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한 순서로 원전-LNG(직도입)-석탄-LNG-중유 등을 꼽는 만큼 원전과 석탄화력을 많이 돌렸다는 것은 즉 비싼 발전소 가동을 억제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SMP였지만, 그마저도 원전과 석탄화력 가동을 통해 인상을 최대한 억눌렀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겨울철 연료수급의 어려움에 대비해 석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발전사를 비롯한 관계기관들과 수차례 연료수급회의를 열고 이에 대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연료수급회의에서 겨울철 에너지 위기를 막기 위해 약 300만~400만t의 석탄을 추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가격도 LNG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발전사들은 스폿 가격에 석탄을 구입해야 해 출혈이 컸지만, 그만큼 LNG 발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전력구매가격 인상을 막는 데 기여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MP는 2월 평균 197.32원/kWh로 치솟은 만큼 여전히 전력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3월 들어 전력수요가 줄어들면서 SMP가 다소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90원 정도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높다.

전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를 두고 주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당장 이번 겨울만 해도 신재생에너지와 LNG를 중심으로 시장을 운영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원전과 석탄을 무조건 폐지한다는 기존 정책을 재고하는 한편 주변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의 빠른 대응과 함께 발전사들이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그나마 SMP를 200원 수준으로 억누를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SMP의 고공행진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올겨울의 사례를 보며 에너지믹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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