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시장 가격 상승으로 장기계약시장서 계약이행률 큰 폭으로 떨어져
당장 5월 예정된 상반기 장기계약 입찰도 매력 떨어져 참여 줄어들 듯
작년 대비 50% 오른 의무공급량에 비용 상승…한전 적자 심화 우려도

SMP와 REC가 최근 에너지비용 상승으로 동시 급등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장기계약입찰의 계약이행률이 떨어지고 있다.

계통한계가격(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동반상승하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당장 오는 5월쯤 2022년 상반기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많은 태양광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할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장기고정가격계약에서 선정된 태양광 물량에 대한 계약이 지난달 마무리된 가운데 일부 의무공급사에서는 70~80% 정도의 저조한 계약성사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무공급사들은 직전 입찰에서는 95% 가량 높은 계약성사율을 보였다.

발전업계는 이처럼 계약성사율이 낮아진 이유로 최근 이어지고 있는 SMP와 REC 동반상승 현상을 들었다. 실제로 11일 기준 하루 평균 SMP는 190.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84.21월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2만원대까지 추락했던 REC 가격도 10일 기준 평균가 4만546원을 기록하며 회복하는 분위기다.

처음 계약한 금액으로 20년 간 일정한 수익을 거두는 장기계약시장과 달리 시장가격을 따르는 현물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면서 장기계약시장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

실제로 에너지공단과 의무공급사들을 통해 이미 체결한 장기계약을 취소할 수 없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체결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지만, 선정 물량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에너지공단 사업에 3년 간 입찰 금지라는 패널티를 감수하면 가능하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3년 간 입찰을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현물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두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장기고정가격계약 중심으로 태양광 시장을 운영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가격의 변동이 심해 리스크가 큰 현물시장에서 한 번에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계약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보내왔다.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장기계약 물량을 상반기 1200MW, 1440MW로 크게 확대, 지속적으로 선정물량을 늘려왔다. 2019년 하반기 500MW 정도를 선정했던 것과 비교해 시장 규모를 큰 폭으로 키운 셈이다. 매 입찰마다 3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사업자들도 적극 호응해왔다.

그러나 올해 입찰부터는 사업자들이 얼마나 호응하고 나설지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전 세계적 에너지비용 상승 이슈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장기화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력시장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상 의무공급비율은 12.5%로 기존 10% 대비 2.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공급해야 할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도 5874만9261MWh로 지난해 3892만6912MWh 대비 1982만2349MWh(50.9%) 가량 늘었다.

전년 대비 의무공급량이 50% 늘어났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장기계약을 제대로 체결하지 못하게 되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에서 상당수 REC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무이행비용이 비싸진다는 것.

또 한전이 매년 의무공급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RPS 의무이행비용 보전금액도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RPS 의무공급비율의 급격한 증가와 REC+SMP 가격 증가로 인해 전력구매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력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고유가 사태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연료수급 불안정 문제로 인해 심각한 에너지비용 상승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5조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올해는 20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재생 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이중고를 겪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며 "새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전기요금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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