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단지 구성으로 새로운 어망 생겨나
항행금지 500m→100m로 줄여 조업 가능하게 해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서해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람개비’가 주민들과 함께 손을 잡고 새해를 꿈꾸고 있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의 구시포항에서 약 10㎞를 바다로 나가면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만날 수 있다.

전북 부안 및 고창군 해역 일원 14㎢에 풍력발전 터빈 20기로 이뤄진 실증단지는 국내 풍력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성됐다.

2017년 5월 해상공사를 시작해 2019년 7월 상업운전 개시, 2020년 종합준공된 곳으로 내년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변전소이자 국내 최대 원거리 해상풍력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총 60MW 규모로 연간 155GWh(예상) 생산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이는 부안 및 고창지역 총 전기사용량의 14.7%(2019년 기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서남해 해상풍력은 ▲실증▲시범▲확산 등 총 3단계로 진행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실증단계에는 3718억원을 투입돼 해상 테스트베드 실증과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는 시범단계에서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의 화고와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목표로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연간 규모는 400MW, 발전목표는 978GWh로 올라간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실증과 시범단계를 거쳐 얻은 노하우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단지 개발과 상업운전을 실시하는 것이다. 약 10조원이 투입되며 규모는 2000MW 생산이 목표다.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의 양인선 발전운영팀장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논의되던 시기는 풍력산업이 활성화되는 단계로서 국내사업 위주로 커가는 시기였다”며 “앞으로의 해상풍력에 비전을 보고 풍력 기자재를 키우자고 시작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서남해 해상풍력의 실증과 시범단지의 건설, 운영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6사가 공동출자해 만든 특수목적회사 한국해상풍력(대표 여영섭)은 실증단지 구축을 통해 ▲TCS 터빈 및 카본블레이드 개발 ▲ 석션버켓 기초구조물 신기술 실증 ▲최초의 무인해상변전소 건설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TCS 터빈은 유리섬유로 만드는 TC2보다 가벼우면서도 직경이 넓어 저풍속에서도 고효율을 자랑한다.

또 석션버켓 기초 시공은 암반천공이나 파일항타공사(강관파일이나 콘크리트 파일, 시트파일 등을 박는 기초공사)가 없어 공사가 쉽고 소음도 없으며 설치 기간도 단축 43일에서 하루로 단축할 수 있다.

당연히 공사비용도 줄어들어 1기 기준 23%를 절감했는데 한해풍은 대규모 공사 시 절감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증단지에 조성된 최초의 해상변전소는 원격 감시 및 제어시스템을 통해 무인으로 운영되며 담수화 설비, 오염유출방지설비, 비상해상탈출설비, 이중화 자동방재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 1층에는 해상변전소, 터빈, 블레이드 등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 1층에는 해상변전소, 터빈, 블레이드 등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1월 종합준공을 마치며 본격적으로 2단계(시범)에 접어든 한해풍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민과의 상생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는다.

대형 발전단지 건설 시 환경변화로 인한 피해는 주민 및 어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한해풍은 실증단지를 구성하며 역순환 굴착(RCD공법; Reverse Circulation Drill)을 통한 저소음 천공, 흡음재 진동해머, 방제용 흡착포. 오탁방지망(하천 및 해양 토목공사 시 발생하는 토사 및 오염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오염원 발생 주변의 수중에 막 형태로 설치하는 것), 그라우트(틈을 막거나 보강재로 사용되는 혼합물) 유출방지, 무독성 페인트 방식 도장 및 설비 등을 사용했다.

그 결과 소음, 부유사(바닥에 깔려있다가 올라오는 토사), 수질, 해양생태계 등에 대한 환경모니터링에서도 공사 전후의 생태계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민들과 결과를 공유했다.

양 팀장은 “한해풍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지역주민이 원하는 구역에서 연구용역과 조사용역 등을 실시한 후 해당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며 “그 결과 소음과 전자파는 아예 없는 수준이었으며 진동 등의 영향도 생물에게 피해갈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서 해양생태계의 변화나 수중소음, 진동, 전자파 등 피해가 접수된 사례는 국내외에서 전무하다”며 “한해풍은 공사 전은 물론 공사 중에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준공 후에도 2024년까지 분기마다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은 한해풍이 그동안 주민상생을 위해 꾸준히 해온 노력들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해풍은 ▲해양공동 이용 ▲수산자원 조성 및 생산량 증대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비전으로 삼고 수산업과 공존을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실증단지 바닥에 용승초, 트라이포드 어초, 인조해조장 등을 설치한 인공어초어장 조성을 추진했다.

실증단지의 바다는 밑이 돌이나 산호 등이 없는 뻘로 이뤄져 물고기의 쉼터라기보다 물고기들이 남해에서 서해로 이동하는 통로에 가까웠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도 인공어초를 설치하려 했지만 거센 조류와 바람 등으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증단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단단하게 설치된 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양 팀장은 “구조물이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인공어초 역할을 했고 해초류, 이끼류가 늘자 작은 물고기의 피난처가 됐다”며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불러오고 공사 기간 중 어민들의 통행이 안되다 보니 안전지대로 인식되며 어장이 형성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지역주민들은 실증단지 내 통행 허가를 요청해 왔다.

원래 풍력발전기 반경 500m는 항행이 금지돼 있다. 800m 간격으로 발전기가 설치된 실증단지는 항행금지구역이 겹쳐 사실상 주민들이 어업을 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한해풍은 주민들과 상생을 위해 직접 정부에 요청해서 반경 100m내로 항행 금지구역을 축소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어민들과 바다를 공유하고 있다.

양 팀장은 “CCTV를 통해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어민들이 발전기 내 100m 반경에 들어오면 방송을 통해 주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물고기가 늘어나고 어장이 형성됐다는 것은 해상풍력이 환경적으로 안전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해풍은 이익공유형 주민참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 사업에 주민이 참여할 경우 REC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하고 이로 인한 수익을 주민에 환원하는 구조로 실증단지로 얻어지는 이익을 주민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한해풍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이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업 승인의 간소화와 함께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그린뉴딜 선언 후 원스톱 제도도 나오고 인허가, 민원 등의 절차가 많이 줄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더욱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시장 형성을 통해 부품, 제조사 등의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제조보다 엔지니어 기술이나 설계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풍력발전의 노하우가 쌓이면 높은 부가가치 산업으로 커질 수 있다”며 “유지보수나 운영 등에 우리나라가 강한 IT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더욱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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