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도 완전한 배전망운영자 아니기 때문에 상시 재생에너지 제어 역할 못해
시장·제도 개선과 소프트웨어 기술 도입해 능동형 배전 인프라 확립해야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제휴(SPIPA) 프로젝트서 EU·한국 전문가 토론

EU 정부 프로젝트 중 하나인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제휴(SPIPA; Strategic Partnership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Paris Agreement)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실행됐다. SPIPA를 통해 EU국가와 비유럽 주요 경제국은 기후 정책과 사례들을 교환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을 위한 투자와 실행을 촉진한다.
EU 정부 프로젝트 중 하나인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제휴(SPIPA; Strategic Partnership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Paris Agreement)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실행됐다. SPIPA를 통해 EU국가와 비유럽 주요 경제국은 기후 정책과 사례들을 교환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을 위한 투자와 실행을 촉진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계통 관리도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규 배전망 투자와 같은 물리적 확장뿐 아니라 능동형 배전망 기술, 배전 중심 지역 운영 체계 개편 등 소프트웨어적 노력이 있어야 재생에너지 확대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2~3년 새 국내 계통연계 신청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계통연계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의 계통에 설비 연결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2016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1MW 이하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계통 접속을 신청한 용량은 약 12.7GW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계통연계가 돼 상업운전을 시작한 용량은 4분의 1 수준인 3370MW 선이다. 반면 계통연계가 지연돼 대기 중인 물량은 전체의 49%다. 절반가량이 계통 문제로 운전을 할 수 없다.

현재로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계통연계를 위한 설비 보강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연계 신청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물리적인 배전망 보강은 시간의 한계를 갖는다. 한전은 변전소 표준 건설 공사 시간을 통상 6년으로 잡는다.

◆물리적 계통연계만 기다리지 말고 ... 발전사업자가 예측 기반한 입찰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해야

이 때문에 시장 중심의 기술 도입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열린 ‘한-EU 재생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관리 방안 및 정책 대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날 모인 유럽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화상세미나를 통해 EU 국가들의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의 문제를 짚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팀장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분산자원들은 기술적‧경제적 문제로 감시하기가 어렵다”면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계통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고 있지만 이 자원들이 따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이를 제어할 만한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전력거래소는 시장운영자(MO;Market Operator)이자 송전망운영자(TSO; Transmission System)의 역할을 맡는다. 배전단에서 들어오는 재생에너지를 하나하나 제어하기는 어렵다. 또 대부분의 소규모 분산자원이 한전과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기 때문에 전력거래소가 나서서 이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솔루션이 6월 발간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현황과 문제점’ 기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별도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전력시장에서 우선 구매되고, 예측에 따른 인센티브나 패널티 제도가 없어 재생에너지의 예측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시장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다. 유럽의 발전사업자들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발전 예측에 기반한 입찰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실시간 시장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입찰 의무 부여 ▲예측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이 논의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과 시간대별 출력량이 달라지는 변동성의 특징을 갖는다.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예측 격차로 인한 비용 증가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화상세미나로 토론에 참여한 이스마트 시스템(eSmart Systems)의 스티그 오드슨(Stig Ødegaard Ottesen) R&D 장은 “머신러닝 기능이 첨부된 전력예측 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부하가 있을지 예측한다”며 “하루 전 시장 뿐 아니라 15분 전 예측 시장 등을 통해 비용을 최저로 낮춘다”고 말했다. eSmart System은 노르웨이 기업으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자원을 관리하는 IT 플랫폼 기업이다.

한국에는 이와 비슷한 중립적인 배전망운영자(DSO;Distribution System Operator)가 따로 없다. 한전이 고장 등 비일상적인 상황에서만 154kV 이하의 송전선로나 배전선로에 대해 전력계통 운영 업무를 일부 수행한다.

조성수 한전 전력연구원 부장은 이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배전 단계에서의 애로사항과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조성수 한전 전력연구원 부장은 이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배전 단계에서의 애로사항과 극복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에게도 시장 접근 방식은 도전 ... 그러나 시장 시스템 없는 물리적 계통보강 방식은 비용효율 ‘낮아’

유럽 역시 시장 중심으로 전력 수급과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전이다. 슬로베니아 TSO 기업인 ELES의 우로스 살로비르(Uros Salobir) 혁신 전략 디렉터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그리드 확장으로의 투자가 유리한 측면이 남아있다”면서 “한국은 시장 메커니즘이 (유럽보다)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해결하려는 의견이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유럽의 1990년대 전력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시장 시스템이 있는 상황일 때 기술적인 접근법도 더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퓨처플로우(FutureFlow)는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헝가리,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가 참여하는 전력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4개의 송전망운영자(TSO; Transmission System)가 동유럽 4개 국가 간 분산자원을 제어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배전망 보강과 같은 물리적인 시설 투자만으로 확대되는 재생에너지를 전부 수용하는 것은 비용효율적이지 않다"며 "현실적으로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 능동 배전망 관리 시스템이 확립돼야 투입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10일 열린 세미나는 EU 정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전략적 제휴(SPIPA; Strategic Partnership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Paris Agreement) 프로젝트로, EU의 기후외교 노력의 목적으로 고안됐다. 이날 화상세미나에는 한국전력거래소, 한전 전력연구원이 한국 전문가 대표로 발표를 맡아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한 송전‧배전 단계 애로사항과 문제 극복 방안을 공유했다.

한국에선 올해 3회의 화상세미나가 더 열린다. 오는 9월과 내년 1월경에는 EU와 한국 전문가가 모이는 재생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개최된다. 세미나 조직과 운영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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