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경직성 전원이라는 오해에 대한 재반박

지난 11월 24일자 전기신문에 필자가 기고했던 “원자력이 기저전원이라는 오해”라는 제목의 글 내용에 대해서 경희대 정범진교수가 “원자력이 경직성 전원이라는 오해”라는 제목으로 반박하였기에 이에 대해 재반박하고자 한다.

지난 기고에서 필자는 전력망 관점에서 우리나라 전원믹스와 원자력의 경직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했다. 최근에 발표된 탄소감축 계획에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2030년 30%, 원자력도 최대한 활용하여 23.9%의 비율을 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원자력의 경직성은 상호 배타적이라는 점에서 원전을 수명대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과 핵폐기물 문제와 별개로 중요하다.

정범진 교수가 주장하듯이 APR 1400이 국부제어, 원격제어에 의한 부하추종운전이 원자로와 관계없이 가능하다면, 원자력 안전 문제와 관계없이 한수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부하추종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 교수의 주장은 기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우선 원자로마다 출력범위 설계값이 상이하기에 정교수 주장대로 국부제어 출력변동범위 2%, 원격제어 출력변동범위 10%가 가능한 원자로를 개발했다고 가정하기로 하자. 그런데 국부제어와 원격제어를 합해서 12%의 출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터빈에 투입되는 증기의 양을 그만큼 제어해야 한다. 이 경우 증기발생기의 증기압력이 변하기 때문에 앞단 원자로를 제어해 증기압력을 일정하게 제어하지 않고는 발전기의 안정적인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변속기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엔진출력 조절이 안되는 차는 달릴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산업자원부 고시인 전력계통신뢰도 및 전기품질유지 기준 규정을 보면, 국부제어에 의한 발전기의 출력은 10초 이내에 반응해 5분 이상 지속하고, 원격제어에 의한 발전기의 필요출력은 5-10분 이내에 반응해 30분 이상 유지하도록 돼 있다. 5분이상 12%의 증기압 변동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원자로 제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APR1400을 대상으로 제어루프를 개발해서 검증을 했다는 것이 어떤 검증인지 그 실체가 의아하다. 그리고 국부제어 출력변동범위 2%는 사고나 고장 등으로 발생하는 비상시의 급격한 주파수 변동을 안정화 시키는 역할을 하는 조속기의 요구량에 비해 출력변동범위가 너무 작아서 여전히 경직적이다.

더욱이 국내 원전 노형의 본산지에 해당하는 미국에서는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상업용 원자력발전기에 대해 원격제어에 의한 부하추종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 규정은 미국 NRC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않은가? ‘운전을 해봐야 경험도 쌓이고 운전기술도 향상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엔지니어로서 수긍이 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원전으로 제어봉제어를 직접 해봐야 경험이 쌓인다’는 뜻이라면 너무나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이웃 일본은 1980년대에 원전 부하추종운전 시험을 했다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포기한 사례가 있다.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도 부하추종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이용률이 계속 저하될 상황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프랑스 원전 이야기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사안이다. 기존 국내 원전을 다 폐쇄하고 프랑스 기술로 다시건설하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참고로 지난 10월 13일 열린 한수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출력 증감발 시 안전 우려에 대해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근거 없는 반박으로 우리나라 원전이 마치 유연성 전원인 듯 사실을 호도하는 글은 원자력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같이 운영하는 발전기는 전력망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있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고장 정지로 갑자기 멈춰서더라도 다른 발전기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작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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