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4명과 독자가 완성하는 DIY 에세이집
내 안의 세상을 마주하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독자 참여형 문학

“월세 대신 글을 납부하는 빌라가 있다고? ‘저승빌라’ 세입자들의 수상한 월세 묶음집”

길어지는 코로나 시대, 지쳐가는 사람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책 <저승빌라의 수상한 월세>는 ‘저승빌라’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스토리형 에세이집이다. 에세이 사이사이 네 컷 만화를 통해 독자는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승빌라’에서는 세입자들에게 매월 월세로 현금 대신 질문에 대한 답을 적은 ‘월세 봉투’를 받는다. 그 안에는 각 층 세입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 2, 3, 4층 저승빌라 입주자들의 대답 뒤에는 5층 세입자인 독자의 차례가 있다. 책과 함께 동봉되는 월세지에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501호 월세란에 부착해야만 책은 완성된다. 마지막 세입자의 이야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어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저승빌라의 수상한 월세>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의 세상을 돌아볼 기회를 주고자 한다.

네 컷 만화(위), 독자 참여 부분(아래).
네 컷 만화(위), 독자 참여 부분(아래).

어쩌면 환상은 누군가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제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를 품지 않는다. 그저 ‘내 운명이겠거니’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건 포기도 아니고 타협을 가장한 회피도 아니다. 환상을 품지 않는다는 건 꿈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환상이라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다는 다짐이다.

-<환상을 버린 곳에 정착하다>,

기몽두의 봄 월세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병원비를 결제하면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저 역시도 싫을 테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훔쳤습니다. 가난하고 싶지 않아서요. 묵직한 돌을 꽉 쥐고 천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 돌의 무게감이 아니었다면 어젯밤의 저는 바람에 날아가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다>,

민청(김민정)의 여름 월세

우주 속에는 많은 것들이 살고 있다. 우주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작은 먼지가 된다. 나는 먼지 안에 살고 있는 더 작은 먼지 안에 살고 있는 그보다 훨씬 더 작은 먼지다. 그런데도 내가 발 디뎠기에 동그란 지구의 중심은 사계가 있는 이 나라가 되고,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저승빌라의 4층이 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의 중심에는 / 내가 있다.

-<내가 나에게>,

하담(하승현)의 가을 월세

우리 사회에는 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그 시스템은 의외로 똑똑하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길을 알려줘 놓고서 교통 체증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것을 ‘최적의 길’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막힐 수밖에. 그런데 사람들은 그 길을 여전히 ‘최선’이라고 생각한 채 정체되어 있다.

…… 왜 굳이 그 길을 가야 합니까? 막히는데요?

-<막히는 길은 돌아가겠습니다>,

그바다(황윤선)의 겨울 월세

*전시회 소개*

책은 오는 12월 2일부터 12월 9일까지 서울예술대학교 바동 3층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