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족 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증가
굿바이카 사용후배터리 제품 전기난방 가능
녹색제품 및 우수재활용제품 평가 대상 안 돼
“제도가 시장 상황에 한참 뒤떨어져”

굿바이카가 사용후 배터리로 만든 파워뱅크 제품으로 차박용 온열매트가 정상 가동하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굿바이카가 사용후 배터리로 만든 파워뱅크 제품으로 차박용 온열매트가 정상 가동하는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지난 11월 20일 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댐 인근에서 A(68·남)씨와 B(61·여)씨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다른 일행과 낚시 야영을 온 부부는 차량에서 난방용 LP가스를 켜둔 채 자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5월 2일 강원 횡성군 청일면의 한 캠핑장에서 30대 후반 여성과 40대 초반 남성, 4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텐트 안에서는 화로 안에서 타서 재가 된 숯과 사용하지 않은 숯 2봉지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일가족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75%가 넘었다.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0% 이상이 치사량이다.

캠핑족이 급격히 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배터리 난방용품이 출시됐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2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39건으로 26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쳤다.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주로 캠핑족한테서 발생하고 있는데 텐트 난방을 위해 저가의 LP가스 난로나 화로를 피워놓고 자다가 중독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200ppm이면 가벼운 두통이 일어나고, 400ppm이면 앞두통과 후두통이 일어나며 800ppm이면 두통, 매스꺼움, 구토 등을 하고 1600ppm이면 2시간 이후 사망할 수 있다.

강원경찰청과 가스안전공사가 실험한 결과 차량과 텐트에서 가스히터를 켜고 80분이 지나자 일산화탄소 농도는 1055ppm까지 치솟았다.

배터리 난방용품은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완전히 없앨 수 있어 캠핑문화 확산과 함께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에는 캠핑장 곳곳에 전기 충전시설도 마련돼 있어 배터리 충전 걱정도 없다.

문제는 제품 단가. 규제샌드박스 승인업체인 굿바이카는 국내 최초로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해 파워뱅크 제품을 출시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아직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굿바이카 제품가격은 2kWh 파워뱅크와 1kW 인버터를 합쳐서 159만원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난방 효율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굿바이카가 시중 인기 판매 중인 차박용 온열매트에 파워뱅크 전력을 공급한 결과 10시간 난방도 문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준희 굿바이카 대표는 가격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고자 정부 인증 제도의 문을 두드렸지만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현 제도상 사용후 배터리 제품은 평가 항목에 없다는 것이었다.

남 대표는 “환경기술산업법에서 인증하는 녹색제품 인증을 받으려 했으나 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해당 항목이 없어서 진행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우수재활용제품 인증을 받으려 자원순환산업인증원에 문의했으나 역시 대상이 아니어서 인증이 불가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제품이 녹색 인증도 안되고 우수재활용 대상도 아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제도가 시장 상황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남 대표는 “사용후 배터리의 세척, 평가, 분해, 조립, 품질검사를 모두 자부담으로 하고 있고 제품 마케팅까지 해야 해 비용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전기차 재활용산업 활성화라는 정부 방침에 부합하도록 사용후 배터리 제품을 인증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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