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설비는 안전 점검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교체해야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한동네에서 단 하루 만에 수전설비 노후화로 아파트단지 3곳 2000여 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이 발생한 해운대구 좌동은 그린시티(옛 해운대시가지)로 불리며 ‘도시 속의 신도시’ 성격을 가진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다

첫 입주는 지난 1996년 5월 시작했으며 2019년 말 11만5000명의 대단위 아파트지구로 성장했다. 전체 주택의 90% 이상이 20년을 넘긴 아파트다.

11월 29일 오전 2시쯤 해운대구 좌동 A아파트에서 MOF(전력수급용 계기용 변성기)고장으로 852세대 정전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인근 B아파트 745세대에 대한 전기 공급도 끊겼다. B 아파트는 30분 만에 복구됐으나 A아파트는 정전이 10시간이나 지속됐다. 이 사고로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아 A아파트 주민 1명이 갇혔으나 비상발전기 가동으로 빠져나왔다.

이날 오후 6시쯤 840세대가 거주하는 C아파트에서도 절반에 달하는 400세대가 ACB(기중차단기) 하자로 정전이 발생했다. 하루에만 해운대 좌동 대단지 아파트 3곳 2000여 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를 두고 지역의 전기안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노후화에 따른 사고 발생 전 수전설비를 선제적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당 지자체인 해운대 구청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 부서에 전기직 공무원도 없으며 지자체에서 수전설비 관련 감독 권한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전사고 원인 분석을 했던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동부지사 관계자는 “이날 사고에서 ACB는 안전공사에서 즉시 조치할 수 있지만 파손된 MOF는 전기공사업체에 의뢰해 교체해야 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주민 불편이 예상됐다”라며 “주기적인 안전 점검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전 점검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영식 전기안전공사 울산지사장은 “수전설비 노후화는 정전이 아니라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지만 소음 등으로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는 기계와 달리 전기설비는 징후가 별로 없고 법으로 교체를 강제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검진에서 암 등 중대한 질병을 발견 못 할 수 있듯이 3년마다 받는 정기 검사에서도 수전설비 하자를 발견 못 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권장사용연한이 지나면 교체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안광선 부산안실련 대표는 “이번 정전 사태는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공사, 지자체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직원이 실질적인 안전관리를 맡아야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 전기관리자는 자격증만 있고 현장 경험이 없어 긴급 사태 발생 때 대응이 힘들다”라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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