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형식인증 맡기면 3~5개월...대응 늦어져 발만 동동
부품 단종·통신사 바꿔도 재인증...융통성 없는 제도 지적
정부, 규제 간소화 개정안 마련 중...이르면 내년 초 고시

제주도의 한 전기차 충전소.
제주도의 한 전기차 충전소.

[전기신문 오철 기자]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충전기 인프라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낡은 인증 제도가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충전 인프라 시장을 견인하기 위해 융통성 없는 인증 기준을 고치고 인증기관의 인력을 보충하는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출고를 앞두고 시행하는 계량 인증 기간이 3~5개월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로 인증기간을 예측한 정부의 기간보다 길게는 3개월이나 더 걸린다는 것이다. 이유는 인력 부족이 꼽힌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 계량에 대한 형식인증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검사를 진행하는 인력이 부족하니 인증을 해달라는 데 영업을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며 “제품 공급 및 교체가 늦어져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기 수는 약 10만기(급속 1만3731기, 완속 7만8196기, 8월 기준)로 집계됐다. 하반기 충전기 보급과 내년 초에 구축될 민간 충전기까지 계산하면 곧 15만기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노후 충전기가 다수 포함돼 있어 보급 확대와 함께 충전기 교체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또 전기차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충전기에도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어 충전사들이 이를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기 계량인증 절차가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출시 제품뿐 아니라 고장에 의해 부품을 교체할 때도 기존 제품과 호환되는 제품이어도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실정을 꼬집었다. 신사업인데도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기능 업그레이드나 고장으로 인해 노후 충전기를 교체할 때 (기존 부품이 단종돼)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데도 인증을 다시 받고 있다. 시간도 3~5개월 걸리고 400~900만원 가량의 인증 비용, 거기에 전자파·KC안전인증까지 받으면 2000만~3000만원이나 되는 비용이 업체에는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량 관련 부품은 신뢰성이 중요해 밀봉까지 하는 부품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계량과 상관없는 보드, 카드 리더기, 통신사 등을 교체할 때도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심지어 외관 마킹 글자나 색깔을 바꿔도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인증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대기가 많아져서 그런 것이다. 원래는 한 달 반에서 두 달 안에 완료되는 일정”이라며 “검사 기관에서 인증 수요가 많아지면 관련 인력을 보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인증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전기는 수도미터, 가스미터 등 타 전력량계와 달리 새로운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동안 계량인증과 관련해 간소화하는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에 개정을 고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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