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가천대 교수, 전원믹스 시나리오 분석 결과 발표
원전수명 연장·노후석탄 조기폐지해도 2034년에 NDC 달성
소매 전기요금 등 가격신호 작동, 요금규제기관 설립 필요

1일 열린 대한전기협회 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이창호 가천대 교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믹스 및 시장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1일 열린 대한전기협회 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이창호 가천대 교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믹스 및 시장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원전과 석탄이용률, 재생에너지 보급목표에 따른 10개의 전원믹스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실증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전력공급 부문에 치우친 전환 정책보다는 가격기능의 정상화를 통한 전력수요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일 대한전기협회(회장 정승일)가 주최한 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이창호 가천대 교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목표와 석탄발전 제약, 원전 수명 연장 등 전원별 이용률에 따라 총 10개의 전원믹스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노후석탄 조기폐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2030년 이후에야 점진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원전의 이용률을 80%로 높이고 석탄 이용률을 60% 이하로 제한할 경우 2034년에 상향된 NDC 달성이 가능하다”며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CCUS, 수소발전 등 전환 부문에 제시된 감축수단의 체계적인 감축효과 분석이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감축수단별로 객관적인 지표 개발과 함께 전력시스템 측면에서 감축효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 효율화에 따른 수요 절감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분산자원과 수요자원 등 새로운 전력자원의 시장거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대규모 자원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소규모 자원의 시장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도 이 교수와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 소비 효율화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정 박사는 “가격신호 기능을 상실한 현재의 경직된 요금체계가 에너지 소비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며 “전기요금은 현재의 총괄원가 규제에서 유인 규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또 “과도한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전기요금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등이 훼손됐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규제기관을 설립하는 등 규제기능과 정책기능을 분리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전봉걸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은 “전력산업과 시장 개편은 실증에 의한 과학적인 방식에 따라 추진하되, 특히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효율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탄소중립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려면 소매 전기요금과 도매 전력시장의 가격 현실화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행 6개의 전기요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전압별 요금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도매시장 연계 등의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독립적인 요금 규제 기관의 설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재각 한국전력 지속성장전략처장은 재생에너지가 핵심 전원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시장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 처장은 “새로운 사업자의 전력시장 진입과 DR, VPP 등의 판매사업 모델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전기요금체계가 시장을 활성화시킬 정도의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연료비, 환경비용을 포함해 전기공급에 필요한 원가를 제대로 반영한 전압별·원가회수형 요금체계 등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제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제7차 전력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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