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전력생산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 다른 전력시스템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전력망 안정성의 중요한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원의 경직성에 대한 보완방안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 전력이 남는 동안 댐에 물을 퍼올렸다고 필요할 때 쓰는 양수발전은 입지나 건설기간 등의 한계가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빈번한 화재와 값비싼 설치비 등의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11월 25일자 전기신문 특별기고로 게재된 홍익대 전영환 교수의 기고는 원전을 경직성 전원으로 치부하고 있어서 반론을 제기한다. 우선 재생에너지의 경직성이란 전력생산이 들쭉날쭉하여 전력망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직성이고 원전은 60헤르츠의 일정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니 동일한 경직성이 아니다. 탄력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화재를 발생시킨 사람은 놔두고 불을 끄지 못한 사람을 징계하는 꼴이다.

원전이 탄력운전을 하지 않은 것인지 탄력운전 능력이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전기를 전공하는 교수는 원자력발전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블랙박스이고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만을 다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이 수요에 따라 출력을 기민하게 조절하는 부하추종운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프랑스나 독일은 40여년 전부터 해왔다. 우리나라가 부하추종운전을 하지 않은 것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전이 가장 경제적인 전원이기 때문에 원전을 기저부하용으로 사용하고, 부하의 변동은 다른 전원으로 제어하는 것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원전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프랑스는 원전으로 부하추종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 건설된 6기의 APR1400은 개발단계에서 부하추종운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문제는 원전을 부하추종용으로 사용할 것이가 말 것인가 하는 정책 결정의 문제이지 원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부하추종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미세한 주파수 변동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국부주파수제어 운전 (약 2% 정도의 출력변동), 외부의 요청에 의해 다소 큰 주파수 변동을 제어하기 위한 원격 주파수제어 운전 (약 10% 정도의 출력변동), 그리고 하루를 단위로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100%로 운전하다가 수요가 없거나 재생에너지가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시간에는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하는 일일 부하추종 운전이 있다.

처음 두 가지인 주파수제어 운전은 터빈을 이용해서 제어하는 것이다. 터빈 전단에 설치된 조속기의 세팅을 바꿔 터빈에 들어가는 증기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현재 석탄발전소가 이 기능을 수행하는데 동일한 터빈이 들어가는 원전은 그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하다. 터빈에 조속기를 설치하는 것은 원자로와 무관하기 때문에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지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원전의 출력을 100%에서 50%까지 급격히 낮추는 부하추종운전은 다소 까다롭다. 원전은 두 가지 출력제어 수단을 가지고 있다. 냉각수에 붕산을 주입해서 출력을 낮추는 것 그리고 원자로 상부에 있는 제어봉을 원자로에 집어넣어 출력을 낮추는 것이다. 일일 부하추종을 하기 위해 후자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하부의 출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원자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게 된다. 그래서 발전소 운전원이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전으로 일일부하추종을 하기 위해서는 출력 조절 뿐만 아니라, 출력의 분포도 찌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출력과 출력분포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제어문제가 된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는 초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들만을 제어방법을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미 APR1400을 대상으로 한 제어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검증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일일 부하추종운전을 포함한 탄력운전은 말 그대로 ‘운전’이다. 운전은 실제로 해봐야 경험도 쌓이고 운전 기술도 향상된다. 더 늦기전에 이미 하드웨어적으로 개발되어 있는 자동 부하추종운전을 실제 운전을 통해서 실증하면 그만이다.

원전은 재생에너지과 같이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되지만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직성은 아니다. 원전으로 탄력운전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결정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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