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4일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헝거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4개국 정상들과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원자력발전소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원자력 분야 전문성과 체코의 제조 기술이 결합한다면 호혜적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 에너지 경제 외교를 했다. 정상간의 외교는 그 만큼 무게감이 있고 실현 가능성 또한 크다.

2017년 8월 LS니꼬동제련이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와 함께 투자한 자사가 보유한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 지분(10%) 전부를 캐나다 광산기업인 FQM(First Quantum Minerals)에 매각했다. LS니꼬동제련은 매각 대금으로 6억3500만달러(약 7100억원)를 받았다. 투자 금액인 5억400만달러보다 1억3100만달러(약 1500억원)가량 수익을 챙겼다. 코브레 파나마 프로젝트는 파나마에서 진행 중인 구리광산 개발사업이다. 2009년 10월 광물공사는 LS니꼬동제련과 합작으로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당시 파나마 광업법으로 인해 한국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코브레 파나마 광산개발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한국 컨소시엄은 광산 지분 20%에 대해 옵션 계약을 했다. 국내에서는 리스크가 큰 무모한 투자라고 했지만 국내 산업에 필수 원료임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 1963년 제정된 파나마 광업법은 외국 정부 관련 기관의 파나마 광산 직접 투자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은 파나마 광업법 개정을 전제로 지분 인수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정을 보고 받은 뒤 이듬해 2010년 6월 파나마 방문을 결정하고 파나마 광업법 개정을 정상회담 의제로 올렸다. 같은 해 10월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파나마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이 대통령은 광업법 개정을 통한 외자 유치는 파나마의 세수 확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해 개정 약속을 받아냈다.

파나마에서 광업법 개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광산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야당과 원주민, 환경보호론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는데 마르티넬리 대통령의 지도력에 힘입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파나마 정부는 광업법 개정 직후 한국 컨소시엄의 광산 개발 참여를 즉시 승인했고, 광산 사용과 관련한 세금도 최소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이 광산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구리 매장량이 23억1900만t인 세계 몇 안 되는 대형 구리광산으로 연간 생산 규모가 26만 5000t이나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자원시장 침체로 건설공사 지연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구리 국제 가격마져 내리막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꾸준히 투자를 하면서 사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2월 시험생산에 들어 갔고,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구리 금속 기준 연간 30만t 이상 생산하게 됐다. 현재 구리 국제 가격이 많이 올라 광물공사가 갖고 있는 광산 지분(10%) 가치는 약 1조5000억원 이상이 된다.

최근 요소수 대란이 또 다른 제2 원자재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료 확보의 우선 순위는 자원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다. 그리고 수입처의 다변화이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장기간에 걸친 꾸준한 투자를 필요하며 단기간 내 승부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또 자원개발에 뛰어 들기 위해 먼저해야 할 일이 자원외교다. 자원외교는 국가가 외교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중국, 일본 등은 정상이 직접 나서 이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경주한다. 코브레 파나마 광산 개발사업은 자원외교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얻은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이라도 에너지 및 광물자원 등 원료 확보에 신경을 써 외교력을 발휘해 준다면 원자재 대란을 막을 수 있다. 부디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자원확보에 신경 써 주길 요청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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