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지체상금·위약금 등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급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원자잿값이 너무 올라 생산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누적되는 상황인데, 해결할 방법이 없어 막막합니다.”

-A전력기자재 제조기업 대표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여파가 산업계 전반을 휩쓸고 있다.

특히 전력기자재 제조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품목 특성상 철·비철금속 사용량이 많은 데다, 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받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값에 자재를 들여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전력기자재업계 주요 상장사의 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대기업군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 상당수가 영업이익·매출액 감소를 경험했다.

실적 악화 사유의 최상단에 오른 것은 바로 원자잿값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30% 이상 급등한 원자잿값으로 사업성이 악화됐으며, 올해 4분기 또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깃 시장에 따른 희비도 극명했다. 관수 시장의 경우 일부 공기업·기관에서 ‘에스컬레이션 조항’(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적용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지만, 민수시장은 이마저도 어렵다보니 온전히 기업들이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상태다.

또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원도급처에 판매가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점도 피해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차라리 공급하지 않는 게 낫다”는 업계의 토로를 으레하는 하소연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코로나19에 이은 원자잿값 급등으로 제조업계의 수심은 끝을 모른 채 깊어지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산업 말단의 제조기업이 원가상승 부담을 전부 껴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속히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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