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강수진 기자]한때 우리나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전 세계 3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할 정도로 앞서 있었다. 2018년까지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정부 보조금이 대거 투입된 덕분에 급격한 발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ESS 화재가 발생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유럽과 미국 등은 ESS산업이 더욱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침체기를 맞았다.

ESS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모니터링 등으로 비용이 오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ESS 육성방식으로 보조금 지원정책을 채택하다보니 경제성이 안 나와 결국 산업이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이 아닌 시장제도 개선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술력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ESS 화재로 인해 제도가 바뀌면서 축적된 경험을 해외에 나가서 써먹기는 어렵게 됐다. 반면 외국의 경우 시장이 열려 있어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에 의해서 안정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비용이 비싸지더라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국가의 지원만이 아니라 선도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의 시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설치돼 있어 계통 안정화 필요성에 의해 ESS를 도입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술도 발전하게 됐다. 시장제도를 개선해서 규제를 완화하고 우리나라 ESS 산업이 빨리 발달할 수 있도록 해야 후에 최종적으로 우리 기술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과거 전력산업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공급하는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이 중심이 돼 전력을 공급하는 시대가 됐다. 즉 과거에는 연료를 가진 나라들이 전력산업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앞으로는 기술이 있는 나라들이 전력 공급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된 것이다.

ESS를 비롯해 태양광, 풍력, 전기차, AMI 등 각 산업의 기술성장과 이 같은 전력산업 기술을 총괄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의 정보통신기술 우위 선점은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그리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그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기술 선점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상호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그리드 핵심 기술인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의 우리나라 위치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편에 속해 있다. 또 전기사업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 사업자 제도가 시행됐다. 이는 전력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새로운 전력거래 시장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 산업이 가야만 하는 방향이라면 이제는 우리기업들이 세계 선두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금 지원정책만이 아닌 자유로운 시장 생태계 조성을 지속적으로 고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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