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것도 벌써 오래전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의 중요 요소인 AI, IoT, Cloud, Big Data, Mobile 등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는 것이다. Mobile을 이용해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타워주차장의 차량을 출고하고, 원거리에서 창문을 여닫고, 보일러를 제어하고, Mobile로 농장을 관리한다, 심지어 Mobile로 태양광 발전설비의 발전량과 정상 작동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태양광발전설비의 전기안전점검을 원격으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듯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융·복합화는 산업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융·복합화된 설비들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융·복합화와 관계된 산업간 갈등과 반목이 있을 것은 이미 예측된 문제였고, 요즘에 와서 그러한 갈등과 반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최근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보행자 신호등과 연동되어 운영되는 바닥신호등을 두고 전기공사업계와 정보통신공사업계간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 바닥신호등이 전기설비인지, 통신설비인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공사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호등 및 신호제어기의 설치공사는 전기공사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바다신호등 역시 전기공사라고 해석하고 있는 반면, 정보통신공사업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바닥신호등은 제어기의 신호를 받아 점등되고, 고장유무를 관제센터(교통상황실 등)에 자동송출 등의 기능이 요구되므로 광역통신망설비 또는 무선통신망설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공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한, 가로등을 ON-OFF 시키는 가로등 점멸기에 IoT기능이 추가된 ‘IoT가로등점멸기’에 대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oT모뎀과 중앙관제시스템과의 유·무선 통신수단을 통하여 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므로 ‘근거리통신망설비’ 또는 ‘무선통신망설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설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반면, 전기공사업계는 가로등이 전기설비인데 가로등을 점멸하는 스위치가 정보통신설비라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해석이라 일축하고 있다.

또 ‘무선화재감지기’의 설치에 대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감지기에서 수신된 화재정보를 유·무선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된 중계장치를 통하여 관제센터에 설치된 수신기 및 서버에 송신하고 저장·제어 및 감시하기 위한 설비로서 ‘구내통신설비공사’중 ‘방재설비중 정보통신설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설비라고 해석하고, 소방시설공사업법을 관장하는 소방방재청은 화재감지기의 유선식, 무선식, 유·무선식을 불문하고 화재감지기설치는 소방시설공사업을 등록한 자만이 설치할 수 있는 소방시설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부처 간 해석의 차이로 홍역을 치루는 곳이 해당 공사를 발주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지난 5월에 바닥신호등을 전기공사로 발주했다가 과기부 유권해석을 들이대며 정보통신공사로 발주하라는 민원에 의해 정보통신공사로 다시 발주됐다. 그러나 법령에 전기공사업으로 규정되어있으므로 전기공사로 발주해야 된다는 민원에 따라 또 다시 전기공사업으로 발주하는 등 많은 자치단체가 바닥신호등 발주와 관련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부터의 바닥신호등 발주사례를 보면 전체 161건 중 158건이 전기공사로 발주되고 전기 또는 통신으로 발주된 것이 3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같은 발주 사례로 보아 바닥신호등 설치공사는 전기공사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당연한 것은 차량신호등, 보행자신호등, 보행자바닥신호등이 신호제어기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이 교통신호등 설비인데 그중에 보행자바닥신호등만 따로 때내어 통신설비라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보행자신호등과 바닥신호등의 동작원리나 시공방법이 동일하고 단지 다른 점은 보행자신호등은 신호등 폴대에 설치하고 바닥신호등은 횡단보도 바닥에 매설하는 설치위치의 차이밖에 없는데 폴대에 매달면 전기공사고 바닥에 매설하면 통신공사가 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바닥신호등 설치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에 해당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법령해석이 분명 문제가 있다.

유무선 화재감지기 설치도 그렇고 IoT가로등점멸기 설치도 그렇다. 일부 통신기능이 부가되었다고 하여 이를 설치하는 공사 전체를 통신공사로 해석한다면, 통신기능이 추가된 IoT보일러 설치공사, IoT주차설비 설치공사, IoT태양광발전설비 설치공사 등 IoT가 연결되면 모두가 정보통신공사가 되는 무한정 확대해석이 가능하게 되어 관련 산업간 분쟁과 마찰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전기공사업, 소방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등에서 해당 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고, 공사를 시공하는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령의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공사업 또는 소방공사업 이었던 것들을 정보통신공사업이라 해석해 버리면 그동안 법령에 의거 적법하게 시공하였던 전기공사업체 및 소방시설공사업체를 범법자로 만드는 해석이 되는데, 이렇듯 법적안정성을 훼손하는 해석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법적안정성을 확보하고 무한정한 확대해석 및 업역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기설비나 소방설비 등에 IoT가 연결된 경우 설비자체를 통신설비라고 볼 것이 아니라, 설비의 고유설치목적에 맞게 전기설비는 전기설비로, 소방설비는 소방설비로 인정하고, 거기에 부가되는 IoT모뎀 또는 통신선로 등의 설치공사는 정보통신공사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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