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정책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화력발전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게 가장 힘듭니다.”

발전 업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 세계적 과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에너지전환은 뜨거운 이슈다. 이와 함께 여러 환경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에서는 화석연료를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폐지를 종용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두고 당장 폐지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석탄화력을 두고 내뱉는 ‘기후악당’이니 하는 악의적인 표현들은 혀를 차게 한다.

석탄화력 측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석탄화력이 온실가스의 주범이고, 에너지전환의 대상으로 불린 것은 국내에서는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지난 2011년 순환단전 이후 지속적인 발전설비 보강으로 넉넉한 예비력을 확보하면서 만들어낸 안정적인 전력공급 환경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하나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전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 성장에도 큰 보탬이 됐다. 올 여름도 그랬고, 국내 전력수급 위기에 늘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석탄화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들은 악의 축으로 몰리고 있다. 어쩌면 현 에너지 정책 상 가장 큰 피해자여야 할 이들이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제 성장의 한 기둥을 담당해 온 전력 산업 관계자들이 허무하다는 표현을 하는 배경이다.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최근 전경련이 개최한 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탄소배출량에 따라 피아를 나누고, 탄소다배출 업종을 적대시하거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탄소다배출 업종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비용은 비용대로 감당하면서도 사회적 지탄까지 받는 이중고에 직면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몇 년 안에 수 기의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지만 단지 정책 환경이 바뀐 것일 뿐이다. 화력발전 종사자들은 어깨를 펴시라. 그리고 이들에게 “온실가스의 주범인 당신들이 당연히 희생해야한다”고 말하기 보다 “그동안 당신들 덕분에 안심하고 전기를 썼다. 수고하셨다”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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