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용 가스하이드레이트
산불・대형화재 진압 효과적
생기원, 조만간 상용화 예정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가스하이드레이트 내부에 청정 소방방재 가스를 투입해 만드는 소화탄이 기존 소방 방재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 이하 생기원)은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술을 응용해 제조한 소화탄을 통해 산불, 고층건물과 같은 대형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머지않은 시기에 상용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 6월 동해안 해저에서 발견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불렸는데 당시 국내 가스 소비량 30년치에 해당하는 6억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에 가스가 결합한 형태이다. 동해안에 다량 묻혀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메탄가스와 물로 구성됐다. 메탄은 불에 타는데, 불타는 얼음도 이러한 연유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지만 생기원을 중심으로 제조하고 응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생기원 관계자에 따르면 가스와 물을 용기에 담아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고, 상온에서 가스와 물로 분리되므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할로겐족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빙점(氷點)이 8℃로 상온에서도 쉽게 얼기 때문에 고체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

이런 특징들을 활용해 얼린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메탄가스 대신 소화가스를 투입해 소방방재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화용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대량으로 제조, 보관해 대형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현장에 투척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2018년 시행된 소방청 고시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소화가스 15종을 고시했다.

이러한 기체 소화약제는 전기적으로 비전도성이며 소화 후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 청정소화약제이다.

이례적으로 이러한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는 특별한 용기 없이 수소결합을 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격자( 5.5Å 규모) 내에 포획돼 단위 부피당 50~120배가량 저장된다.

이를 소화탄(소화약제) 형태로 응용하게 되면 ▲단위부피당 화재 진압 범위가 넓어 획기적인 연소 차단 기능 ▲ 가스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은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물리적 성질이 있어 부가적인 냉각 효과 ▲소화가스의 고밀도 충진으로 대규모 화재에 대해서도 화염류에 떠밀리지 않고 화염을 향해 분출할 수 있어 초기 진압에 탁월한 기능을 갖는다.

고체 형태로 장거리 투척이 가능하고 특히 산불화재 진압 시 소방헬기 대용으로 드론을 사용할 수 있어 소방헬기가 비행할 수 없는 야간에도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부가적인 냉각 효과로 산불 진압 때 소방호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잔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폭 감소한다.

생기원에서 지난 16년 동안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동 박사는 “소방방재 가스와 물을 이용해 소화용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화재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도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층빌딩, 산불 등 접근성이 어려운 특수화재에 대해 실효성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기술을 논하기 위한 공청회가 이달말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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