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오늘의 미세먼지는? 좋음, 최고좋음, 좋음, 좋음’ 지난 몇 달간 기자의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미세먼지 단계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은 좋지 않았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암울했고 우리나라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감염병의 장기화로 외국 진출을 노리던 중견·중소 기업은 수출로를 잃었고 자영업자들은 소비 감소로 맥없이 쓰러졌다. 지식의 장인 각종 포럼과 토론회도 멈췄고 여행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한 출장도 제한됐다. 전 세계 시민은 피해자였다.

그러나 딱 한 가지는 좋았다.

코로나19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깨웠던 덕일까. 재택근무 확산, 이동량 감소 등이 역할을 했던 것일까. 적어도 기자의 휴대전화 속 미세먼지 앱은 대체로 ‘좋음’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연이 주는 경고’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도 모두 탄소중립을 외쳤다. 예상보다 큰 반발 없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방안에는 이런 배경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간 제한, 사적 모임 제한이 약 1년 만에 완화된다. 소비쿠폰 효과와 제한 해제에 대한 해방감으로 소비와 이동량이 폭증하고 에너지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걱정도 된다. 정치권조차 ‘위드코로나’ 이후 산업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외치며 자칫 ‘탄소중립’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소홀할까 하는 우려다. 벌써 탄소중립을 외치는 자들을 향해 “속도가 너무 빠르다”, “탄소중립쇼”라는 등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은 경제 성장이나 산업 활성화에 비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열심히 한다고 급격하게 변화가 나타나는 분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노력 하나하나가 쌓여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결과를 이룩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위드코로나’와 ‘탄소중립’은 함께 가야 한다. 전 국민의 휴대전화 화면에 ‘미세먼지 좋음’을 보게 하고 미래세대의 휴대전화에 미세먼지 앱을 삭제시키는 것은 우리의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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