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20년 넘게 발전분야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경제성장의 밑돌이 됐던 화력발전회사들이 생존을 걱정할 상황까지 높였다. 특히 화력발전 노동자들도 기후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해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에 적극동의하고 있지만 당장 내 일터 걱정이 먼저 앞선다.

화력발전 노동자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노동의 문제에서도 그 과정이 정의로워야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주장이며, 우리 사회에 던져진 해결과제다. 화력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화력발전 공기업들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으며, 2027년경이 되면 석탄화력은 재생에너지 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져 좌초자산 위기로 몰린다는 주장도 한다. 정부는 또 2034년까지 수명이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 20기를 폐쇄하는 등 석탄에 대해선 과감하게 칼을 댈 계획이다. 석탄화력 1기에서 적게는 500명 많게는 1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발전기를 멈추면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정부는 대체 부지에 LNG발전소를 짓겠다고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인력과 예산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정부에서 발전소를 줄이면서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놔두기는 힘들기 때문에 발전 노동자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탄화력 종사자들은 이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석탄화력을 가장 과감하게 줄인 독일과 영국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유럽의 석탄발전을 하는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석탄 노동자들이 이런 대 변혁기에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뭉친 것은 시대적 부름이라 할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석탄 노동자들이 모여 화력 발전노동자들의 일자리 사수를 비롯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과 전력 공공성 강화 그리고 발전회사 간 출혈 경쟁 분쇄를 위해 발전5사 노동조합 통합을 결의하고 준비위원회 출범을 선언했다.

우선 준비위원회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다섯 개로 쪼개진 발전5사 노조를 하나로 통합, 에너지전환이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있도록 공동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전환이 경제논리로 나눠진 발전공기업의 통합에 불을 붙인 것이다.

20여년전까지만 해도 한 가족이었던 발전회사가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된 것도 모자라 기능과 역할이 똑같은 다섯쌍둥이가 공공성보다 경영평가 점수에만 매몰돼 의미없는 출혈경쟁을 하며 살아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더한다. 노동조합이 통합이 회사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을 통해 석탄발전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함 목소리를 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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