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역사적으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실패한 사례는 열거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2차 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는 민간 기업의 이윤추구가 국민 후생을 저해한다고 판단, 기간산업과 금융 등 공공부문에 대한 국유화를 단행했으나 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저하되고 경제침체가 가속화됐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은 1960년대 말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국가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다수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국민정서에 편승해 대대적인 복지정책과 시장 개입을 추진했으나 결과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등 장기 불황을 초래했다.

버블이 꺼지자 199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시장 경제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대신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 위주의 시장 개입을 선택했다. 결과는 잃어버린 20년, 30년으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시각을 좁히면, MB정부 시절 고유가 해소를 위해 탄생한 알뜰주유소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지나친 시장 개입의 실패 사례로 꼽을 만하다.

물론 루즈벨트의 뉴딜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성공한 역사도 적지 않다.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와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1930년대 대공황 시대, 불황의 해법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것처럼 국가개입이냐 시장자유냐의 문제는 어느 한쪽을 일관되게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다.

세계 경제 100년史가 이 둘의 논리 싸움이라고 할 만큼 앞으로도 수많은 나라가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한국전력이 10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한다. 2013년 11월 이후 8년만이다. 정부와 한전은 4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달 최대 1050원 오르게 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 내렸다. 이후 연료비는 계속 상승했으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 국민부담 등을 명분으로 2분기와 3분기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그 사이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지속했다. 원칙적으로 이번에도 연료비 변동을 모두 전기요금에 반영할 경우 1kWh당 10.8원이 올라야 하는데, 인상폭이 3원에 그친 것은 조정가능 상하한선이 1kWh당 3원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 억제인 셈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과거부터 정부 또는 정치가 시장 혹은 경제에 일관되게 개입하는 극단적 사례로 볼 만하다.

보기에 따라선 개입을 넘어 일방적 지배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적어도 전기요금 정책에 국한하면, 우리나라에선 수십년간 케인즈가 줄곧 하이에크를 아주 쉽게 이겨온 셈이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 6곳의 올해 예상 적자는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공기업의 부실은 시간차가 있을지언정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원가 연동이 아니라 사실상 여론 연동제에 묶여 있는 전기요금이 언제쯤 정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기소비자와 유권자를 동일시하는 정치권의 잘못된 시각, 유독 전기요금에만 ‘폭탄’, ‘충격’이란 자극적 표현을 쏟아내는 미디어의 악습부터 사라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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