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들로 상호 연결성이 강화되며 산업 전방위적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의 하나인 메타버스는 이들 기술의 총체라고 볼 수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이러한 메타버스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로의 진입은 물리계에서 데이터 저장 및 연산 부하에 필요한 전기에너지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고, 이러한 수요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RE100 캠페인도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는 다시 다양한 비에너지 부문을 포괄하는 ESG 이슈와 연계되고 있는데 지난 칼럼 ‘ESG와 메타버스’에서 소개했듯이 메타버스는 ESG 이행을 위한 수단으로써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공히 주요 기업들의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던 딥마인드 알파고와 이세돌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을 에너지 관점에서 분석한 칼럼이 있었는데 인간이 소모하는 순시전력을 20W라고 했을 때 알파고가 소비한 전력은 1MW에 달해 유사한 수준의 지능 구현을 위해 5만배의 에너지효율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로 에너지 소비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경제성은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전기차 중심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급되었을 때 운행 서비스 수익률은 충전 전기요금 대비 탑승단가 및 이용률로 결정된다.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이 육체적 노동에 이어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기계가 대체하고 경제 및 비즈니스 활동에서도 전기에너지의 가치가 기준이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공급 중심 시장에서는 공급비용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보편적인 요소였다면 수요 중심의 시장은 개별 수요 부문의 특성과 소비자의 주관적 가치가 반영된 세분화된 시장으로 전환되고 그러한 가치의 기준으로 전기에너지가 활용될 수 있다. 가치라는 것은 개별 소비자별로 다른 효용함수와 경험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의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는 기존 소유 중심에서 접속에 기반한 경험경제로 전환되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고, 이러한 트렌드는 업종과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다양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요금 구조가 허용됨과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와의 경험 접점이 증가하여야 한다.

소비자가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저가 소비를 선호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나 소위 ‘가심비’라고 해 경험적 가치와 심리적 만족도가 충족될 경우 고가 소비하는 경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에너지 분야도 전기요금 외 섹터 커플링 차원의 연장선에서 에너지-비에너지 부문간 융합을 활성화하고, 데이터와 정보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경험 가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재무적 유인이 부족한 전력서비스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해 소비자의 참여를 비재무적 유인으로 활성화하려 시도했던 OPower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에 온라인게임 속성이 강화돼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의 서비스적 활용이 극대화된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상의 경제적 활동들까지 유입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하는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 안에만 존재하는 신종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온라인 공간 상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거래들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에너지 산업도 이러한 사례를 소비자 참여유인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에서 에너지 이슈가 이미 빈번히 회자되며 대중적 관심이 환기된 상태이고 데이터 기반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유인과 융합 서비스, 콘텐츠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메타버스는 에너지신산업의 새로운 활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이력(강동주) ▲연세대 경영학박사 ▲홍익대 전기공학박사 ▲(주)해줌 연구소장 ▲부산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연구교수 ▲BNK금융그룹 부산은행 심사역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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