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코로나발(發) 초저금리 시대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전격 인상했다.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올린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빅 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했던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서 단행된 첫 번째 금리 인상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 빚은 2분기 말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석 달 만에 41조원 넘게 늘 정도로 증가세도 역대급이다. 여기에 물가상승 우려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전격적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불구,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수출 호조와 온라인 소비 증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 재정 정책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 3.0%도 변함이 없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 추경(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단서가 붙긴 했지만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금리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은 더욱 그렇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가 더는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지점에 도달했다”면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이니 앞으로 경제 지표와 진행 중인 리스크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개시가 금리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선진국보다 한 발 늦었던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이번엔 빠르게 움직인 셈인데,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가계가 받을 충격이 불가피하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도 불안 요소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돈줄 조이기에 나선 반면, 정부는 재난지원금 등 돈 풀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만해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얘기하던 한은의 입장이 역전될 만큼 상황이 바뀌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코로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경기회복세도 다소 불투명하다.

지난 2분기 전(全)산업생산 증가율은 0.4%로 지난 1분기(1.7%)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설비투자 증가율(6.0%→0.4%)도 현저히 둔화됐다.

정부는 과거에도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기억제, 대출억제에 초점을 둔 통화 긴축 정책은 흔했다. 다만 그 때마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가 받는 충격과 고통도 적지 않았다.

모든 정책이 그렇겠지만, 통화 정책은 타이밍과 속도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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