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룡 The HR컨설팅(주) 대표
박해룡 The HR컨설팅(주) 대표

새로 뽑은 직원이 얼마나 일을 잘 할까?

이번에 승진한 팀장, 임원은 잘 할까?

우리는 늘 궁금합니다. 채용이나 승진 대상 선발이 적정했는지 실제 일을 시켜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승진이 과거의 성과와 전 직급에서의 역량 수준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면 리스크가 커지며, 연공서열대로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신입사원도 스펙만 보고 판단할 때 그러할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일을 시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일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어떨까요? 일종의 모의 실험, 즉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 보는 것입니다.

민간기업에서 임원을 선발하거나, 고위직 공무원을 선발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들이 하는 역할이 무엇이며,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가령,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을 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민원을 처리하며, 조직을 관리하고,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며, 과업을 수행하여 성과를 내야 합니다. 너무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필요한 역량도 많습니다. 이처럼 복잡다양한 개인의 역량을 검증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실제 업무 중에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을 제시하며 일을 처리해 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른 부서와 이해상충이 있는 사안을 협의해 가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요? 또한 내 의견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써 보게 하면 어떨까요? 가장 실제와 가까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역량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시뮬레이션 기반의 역량평가 도구입니다.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공기업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한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등촌광장’을 통해 평가센터의 기법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니 각 조직별로 활용 방안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역량 평가 기법은 분석발표(Analysis Presentation), 집단토론(Group Discussion), 역할수행(Role Play), 서류합기법(In-Basket)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보고서 작성 같은 글쓰기(Writing)와 사례연구(Case study) 등도 활용됩니다.

‘분석발표’기법은 구두(Oral)발표라고도 하며, 제시된 현안 및 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며, 해결 방안을 수립하여 구두로 발표하는 기법입니다. 이때 핵심문제와 근본원인 파악, 대안의 창의성, 실행가능성, 효과 등을 평가하며, 발표 후 질의응답을 통해 내용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집단토론(Group Discussion)’을 통해 이해상충 이슈를 조율하며 협의하는 역량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갈등이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토론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또는 합의점을 물색합니다. 때로는 찬반이 나눠지는 의견 충돌 상황에서 토론해야 합니다. 평가자는 토론 과정에 관찰되는 경청, 참여, 의견 제시, 대안 협의, 적정한 질문 등의 행동과 논점에 집중하며, 주어진 시간 내 처리하는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평소 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역할수행(Role Play)’은 ‘역할연기’라고도 하며, 실제 역할을 해 보는 것입니다. 민원인에 대한 대응, 부하직원과의 상담, 업무분장, 언론사 대응 인터뷰 등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직접 수행하는 과정을 평가합니다. 상담, 인터뷰와 같이 일대일로 하거나 간담회와 같이 다수와 함께 진행하기도 합니다. 각 상황에 대해 제시된 내용을 파악하여 핵심 이슈를 발견하고, 설득하여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 또는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이 적정한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서류함(In Basket)기법’입니다. 실제 업무 처리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나 의사결정한 사항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서류함에는 이메일, 메모, 통화내역, 문자, 카카오톡 등을 통해 받은 업무와 참고할 자료가 있습니다. 할 일은 많고, 시간과 자원의 제약이 있을 때 업무의 내용을 정확히 판단하고, 처리 순서를 판단하며, 처리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업무처리 순서와 처리 방안, 권한위임, 업무분장, 업무지시와 소통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위와 같이 인재를 선발한다면 역량을 더욱 면밀히 검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실제상황과 모의상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평가자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 기법이 정교화되고 전문가가 늘어 많은 기업이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용의 문제로 고위직에 적용이 많지만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선발에서 과제를 분석하여 발표를 하거나, 집단토론을 하거나, 상황면접 질문이 늘어나고 있으며, 승진예정자를 대상으로 서류함기법, 토론, 발표, 역할수행을 통해 승진자를 선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역량개발을 겸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선발 방법은 실제 상황에 가장 가까운 모의 상황을 만들어 직접 수행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승진자를 선발할 때 특히 각 조직의 리더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역량을 검증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박해룡 대표

고려대 경영학 석사 / The HR 컨설팅 대표 /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초빙교수 / 경영지도사 / LS Electric 상무 역임 /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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