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배터리 및 석유개발(E&P) 사업 분할 의결
그린 사업 성장 가속화 및 기업가치 제고 목적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전기신문 오철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및 석유개발(E&P; Exploration & Production) 사업을 독립 회사로 각각 분할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배터리 사업이 아직 흑자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태로 ‘조기분사’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린 중심 성장 본격화...기업가치 제고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의장 김종훈)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 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각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담당하는 지주회사로서 역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영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사업 개발, 인수·합병(M&A) 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나간다. 현재 새롭게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본격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신설될 SK배터리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SK이엔피주식회사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각각 수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김종훈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전사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중심의 성장 전략(Carbon to Green)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며 분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분사가 투자에 유리...큰 그림으로 보면 탄소중립 대응

SK이노베이션의 다소 이른 사업 분할이 지난 14일 발표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사업 분할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에 발표하곤 한다. 지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 독립시킬 때도 그랬다. 사업 분할 및 추진 계획 이행에 들어가는 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이 나는 시점을 선택해왔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현재 SK가 사이즈를 크게 키우고 있는 비즈니스로 향후 투자 재원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 텐데 그 타이밍이 왔을 때를 대비해 자금을 미리 준비해 놓는 차원에서 진행 된 것”이라며 “또 투자를 받을 때 분사된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꼭 집어서 EU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한다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탄소중립과 그린 중심 성장의 필요 흐름에 따라 큰 그림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충청북도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전경.
충청북도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전경.

◆배터리 사업 분사, 글로벌 경쟁력 확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은 ‘1TW +α’ 규모의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Top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 7월 1일 ‘스토리데이’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데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SK 배터리 사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P 사업 분사, ‘카본을 그린으로’ 구체적 실행

SK이노베이션은 E&P 사업 분할에 대해서는 "탄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E&P 사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경험 및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석유가 탄소 발생 이슈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석유개발 사업을 가장 잘 아는 회사로서 석유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석유 정제 및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같은 깊은 구조에 영구저장하는 그린 사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조직도(분할 전/후)
SK이노베이션 조직도(분할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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