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송전설비 건설문제 해결 위해 분산에너지 체계로 대전환해야”
전문가들 “대형 발전소 건설되는 동해안과 새만금 지역에 데이터센터 설립 필요”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전기를 해안가에 위치한 대규모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해 수도권과 대도시로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중앙집중형 위주의 전원구성은 대형발전소의 입지선정과 고압송전의 주민수용성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발전소를 건설해도 송전선로가 없어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체계로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라 말한다.

◆동해안 HVDC 건설사업 수년째 답보...서해안 이어 발전제약 불가피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직류 장거리 송전망(HVDC) 건설사업이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데다 경과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해 지자체들간 갈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전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송전선로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속속 완공 예정인 발전소들의 발전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동해안 일대에는 신한울 1·2호기(2.8GW)가 준공 후 가동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남동발전과 삼성물산이 설립한 강릉에코파워의 강릉안인화력 1·2호기(2GW)는 2023년 3월 준공 예정이다. 포스코에너지 삼척블루파워의 삼척화력 1·2호기(2GW)도 2024년 완공된다.

동해안뿐만 아니라 이미 서해안에서도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계획보다 상당 기간 지연되면서 수년째 발전제약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500kV 북당진-고덕 HVDC가 준공했지만,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준공이 지연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요 수도권에 집중...‘전기하마’ 데이터 센터도 수도권에 위치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19년 기준 수도권의 전력수요 비중은 37.4%에 달한다. 하지만 발전비중은 24.1%에 지나지 않아 전력자급률이 낮은 편이다.

특히 대표적인 대규모 전력 소비자인 데이터센터(IDC)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69%인 1.1GW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2028년까지의 신규 전력 수요의 93%(7.7GW)가 수도권에 편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 송전선로와 발전소 증축의 어려움으로 계통 수용능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등 많은 기업들의 사무실과 공장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동산(땅값)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데이터센터는 지리적으로 본사와 가깝게 둘 필요는 없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굳이 본사와 지리적으로 먼 곳에 두기보다는 입지가 좋고 땅값이 오를 만한 곳을 선택하는 게 투자관점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규 대규모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 위한 당근과 채찍 필요

국회와 정부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전력다소비시설의 비수도권 분산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규모 전력수요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2050 탄소중립특위’ 실행위원장)은 7월 27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분산형 전원을 전력 소비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지역 전력계통의 포화를 막고 전력다소비시설의 분산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고 특구 내에서 각종 규제 요소의 특례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둔 것이 핵심이다. 규제뿐만 아니라 당근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 특구 내에서는 전기사업법상 ‘발판겸업 금지’의 예외로 분산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한 분산에너지 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직접전력거래가 허용돼 각종 전기신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일각에서는 지역간차등전력요금제도를 도입해 발전소 인근에 전기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더 많은 송전선과 더 많은 발전시설이 위치하는 곳에서 부담하는 리스크와 불편함에 상응하는 대가를 깨끗한 전력을 사용하는 곳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억지로 수도권에 들어오지 말라고 규제하기보다는 비용을 통해 발전소 주변으로 수요를 옮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석탄발전소가 건설되는 동해안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단지가 건설되는 새만금 지역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유도한다면 송전선로 건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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