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시즌이 시작됐다. 제 20대 대통령 선거. 차기 대통령은 세계사적 대 전환기의 국가 경영을 책임지게 될 분이다. 국가 경영은 정책으로 추진된다. 정책은 사실상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양극화 및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존재 목적에 충실하는 것과 재선 가능성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선 가능성은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권자인 국민과 국가 경제에 유익한 해결책 보다는 이념적이며 감정적으로 포장된 이슈들을 내세우는 것이 정치인들의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식화된 이념원칙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한다.

결론적으로 정당들은 국가 경제에의 이익 여부 보다는 상대 정당보다 약간 더 선호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정치가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다. 정치적 결과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므로 인해 정치인들로 하여금 사적 동기에 더 부합하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우리들의 책임이다.

조지 애컬로프 교수(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케인즈 이후 가장 혁명적인 저작”이라고 극찬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쓴 폴 콜리어(옥스포드대 교수)는 동 저서에서 20세기의 재앙을 빚은 정치지도자들을 2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데올로기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들 즉 원칙주의자들이고 두 번째 유형은 대중영합주의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카리스마가 있는 남자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미래의 정치 리더십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영원한 고정불변의 진실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임의의 정책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이데올로기의 신조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과연 그것이 효력 즉 정치의 근본적 존재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미래의 국가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반면에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반면에 시장의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역시 윤리에 단단히 뿌리박은 목적의식으로 통제되는 시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추구하는 철학적 토대는 이데올로기의 배격이고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실용주의’여야 한다고…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을 직시해보자. 과연 어떤 모습인가? 많은 정책들 특히 에너지와 관련한 정책들이 과도하게 이념 편향적이지 않은가? 거기다가 겸손하기 보다는 독선적이어서 합리와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지적과 주장에도 귀를 닫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의 정치와 경제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급류 가운데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산업경쟁력은 급락할 것이고 이는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인 우리 경제에 있어서 인간 존엄의 한 지표이기도한 고용유지율 역시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거대한 변화 앞에서 완고한 고집은 위험하다. 빠른 상황 판단과 함께 수정과 적용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어떤 정치리더십, 어떤 대통령이 필요할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는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이 마련돼야 할 뿐 아니라 상당한 구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에너지 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이의 실현을 위해 고민해야 중요한 과제들은 아주 많다.

우리는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시해 봐야 할 것이다.

‘2050탄소중립‘을 국가 장기비전 및 성장전략과 일치 시킬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 그 목표는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석탄과 원자력을 LNG로 대체하는 것이 탈탄소와 충돌되지는 않는지, 에너지 저장 및 소비효율 제고, 그린 수소의 생산과 저장 등을 위한관련 기술개발 전략은 있는지? 특히 이러한 정책들의 구현을 위한 추가 비용은 어느 세대가 어떻게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와 이를 위한 대국민 설득방안 등이 무엇인지 등.

이제 우리는 이데올로기나 대중영합주의를 넘어서 ‘미래지향적 실용주의‘의 구현을 약속하는 그런 정치지도자를 20대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바로 우리 힘으로....고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박힌다.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나라야 산다”

이호평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프로필:▲한전 관리본부장 / 서울본부장 / 전력시장처장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에너지인프라 자산운용(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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