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50년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은 2018년 대비 99% 감축한 750만t으로 정해졌다. 이와 관련 2018년 기준 국내 발전량의 41.9%를 차지한 석탄발전은 완전히 퇴출하고, LNG 비중은 26.8%에서 7.5%로 축소한다. 23.4%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은 7%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반면에 6.2% 수준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62.3%로 확대한다. 그리고 5.4GW 규모의 동북아 그리드 구축을 통해 러시아·중국에서 2.7%의 전력을 수입한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은 러시아·중국에서 전력을 수입한다는 구상이다.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이 증가하면 단시간 대응에 필요한 운영 예비력 역시 증가시켜야 하며 이는 높은 설비 투자가 뒤따라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제 전력망을 이용한 전기 수출입 방법 또한 경우에 따라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 하에서는 국제 전력망 구축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존 발전방식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서든지 발전이 가능하므로 비교적 소규모 용량의 발전설비가 넓게 퍼져 설치된다. 현재 전력거래소에 등록되어 있는 100kW 이상 발전설비만 해도 8만 5천여 호기나 된다. 그리고 발전량이 가변적이며 발전량 예측 또한 힘들다. 이 같은 특성이 있는 분산전원에서 생산된 전기는 가급적 생산된 전기를 가까운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IEA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0%를 넘으면서부터는 계통유연성 확보를 위한 모든 수단이 요구되고, 40%를 초과할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넓은 범위의 계통 보강과 회복능력의 강화가 요구된다. 즉, 대단위 인프라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 입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설비의 입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송배전망 투자비용도 정확히 산정할 수 없으며, 분산자원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 송배전망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분산전원과 지역 수용가들을 하나로 묶어 전력수급을 조절하고 전기품질을 제어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 같은 소규모 전력망을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라고 한다. 이는 마치 각 지방에 자족도시를 건설하여 지방 균형발전과 교통난 해소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혁신도시와 유사한 개념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부족 혹은 잉여분만 주 전력망으로 송전 또는 수전하게 되므로 주 전력망의 관리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국제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주로 남쪽 국가들에서 수입을 하고 북쪽 국가들로는 수출을 하는데, 2019년도 한 해 동안 총수요전력의 6.9%를 수입함과 동시에 12.4%를 수출하였다. 지역적 특성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 간 에너지 믹스의 차이도 수출입을 가능케 하는 중요 요소이다.

그동안에 동북아 슈퍼그리드 건설과 관련하여 기초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중국과 일본도 관심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성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지금은 국내 배전망과 송전망을 보강하는데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가 얽혀있는 국제 전력망 연계를 생각하기에 앞서, 최근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이용한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과 수소생산 병행 방안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필

▲한국전력기술 전기기술부 ▲삼성전자 시스템제어그룹 ▲상진기술엔지니어링 전무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원자력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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