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을 두려워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기긴축’ 우려에 선을 그었다.

시장은 일단 안도했지만, 사실 테이퍼링(TAPERING)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일종의 출구전략(出口戰略, Exit Strategy)을 의미한다. 유동성 확대 정책을 멈추고 돈줄을 죄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를 준 셈이다.

미국이나 우리나 유동성 회수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대거 쏟아냈다. 이 중 핵심은 단연 금리 인하로 상징되는 ‘통화 팽창’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나타나게 마련. 시중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쏠리고 ‘자산버블’이 거론될 만큼 여기저기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는 일정부분 회복시켰지만, 통화량을 이대로 놔둘 경우 원자재 급등처럼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다. 적절한 회수조치는 필연적이다.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기회복 시그널이 자생적인지, 타생적 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일이다.

○…테이퍼링의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긴축 이후에 그려질 세상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황이나 큰 위기 뒤에는 어김없이 승자독식, 즉 ‘살아남은 자의 파티’가 열렸기 때문이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나 GM이 그랬고, 2000년대 말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가 그랬다.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의 본고장 북미에서 월 10만대 판매량을 처음 넘긴 것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일이다. 현지 진출 20여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코로나에 따른 언택트 물결 속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더욱 주목받는 것도 이들의 승자독식 확률을 높게 점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자의 파티에 초대장을 받으려면 테이퍼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여기에 걸맞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미래 시장 재편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 체질개선과 구조조정, 원가경쟁력 확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대로 우물쭈물할 경우 그저 그런 기업으로 전락하는건 순식간이다.

승자독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모두가 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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