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는 리더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조직에 공헌하고 직원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그런데 헌신하는 리더일수록 정작 자신의 경력관리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 실무를 떠나면 실력도 떠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력관리는 실력관리다. 리더는 실무를 했던 사람이지만 리더가 되면 실무자를 감독하는 업무를 주로 하게 되며 그 감독업무가 실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리더가 되면 역할이 커지고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진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리더가 되면 역할이 넓어지는 만큼 실무는 얇아 지기 마련이다. 깊으면 좁아지고 넓으면 얇아지는 법이다. 어쩌면 리더는 리더가 되는 순간부터 실무와 작별하고 책임만 지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리더 개인의 고유한 실력을 보유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되어 목표는 보지만 자신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리더가 되면 경력관리의 사각지대에 홀로 서있게 될 수 있는 점에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로 변질되는 상황을 경계해야한다.

만약 이런 시각에 의심이 간다면 간단히 확인해볼 수 있다. 지금 리더 곁에 있는 직원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가정을 해보자. 예를 들어 코로나로 상당수의 직원이 재택을 하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리더가 홀로 남게 되어 리더가 직접 어떤 긴급한 일을 해야만 할 때 리더가 방어할 수 있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겪어보고 해왔던 일이라 할지라도 리더 스스로 직접 해낼 수 있는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직원 없이 거뜬히 해내는 리더도 있을 것이고 속도는 느리지만 힘겨워도 감당해내는 리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 없이는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리더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뜩한 가정이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경력을 보완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조직은 무서울 만큼 냉정하다. 조직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돈이 안되는 일에는 예외가 없다. 반면에 돈이 되는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헌신했던 리더라 할지라도 실력을 의심받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 바로 조직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조직관리와 자기관리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3단계 과정을 거치면 된다. 1단계는 지금까지 본인이 수행했던 일의 목록을 먼저 기록해보는 것이다. 그 중에는 리더 본인이 직접 수행한 일도 있을 것이고 가볍게 참여했던 일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자신이 참여했던 일을 마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력서를 보면 지나치게 화려한 사례가 많다.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경력의 목록은 남의 것이거나 과장된 경력인 경우가 많다. 2단계는 이들 중 지금도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직접 수행했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성공한 목록을 선택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 1단계 경력목록에서 대략 20%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3단계에서는 2단계에서 선택된 약 20% 정도 남은 경력 중 ‘본인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본다면 얘기는 무척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본인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3단계에서 난감한다 할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잘했던 2단계 경력 목록에서 가장 자신 있는 일을 선택하고 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학습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쌓아온 저력이 살아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는 걱정해도 다가온다. 그리고 그 걱정은 곧 현실이 된다. 닥친 현실은 되돌 수 없다. 지혜로운 리더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미래를 예상하고 현재에 집중한다. 그래야 미래에 서서 지금을 돌아보며 덜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3단계 방법으로 조직을 위해 열심히 수많은 리더분들을 감히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리더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자신의 실력을 소홀히 하면 경력관리의 균형을 잃고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 점검이 필요하다. 물론 현 조직에서 영원히 고용을 보장해주고 직원들이 변함없이 충성을 맹세한다면 리더 본인의 실력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리더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석되고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경력관리의 사각지대에 빠지지 않은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리더십과 HR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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