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수세기 전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세계는 더욱 극단적인 날씨와 환경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미국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지침에 명시된 내용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사인 Aon에 따르면, 2020년 자연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가 2680억 달러로, 이는 대한민국의 2020년 예산 512조의 58.6%에 달한다.

2680억 달러는 대한민국이 연구개발을 12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비용이며, 6년간의 국방을, 30년간의 환경을, 15년간의 공공·질서·안전을 책임질 예산에 해당한다.

케냐에서는 70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 떼 피해가 2020년 발생했다. 세계은행은 이대로 두면 식량난으로 최대 8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며, 이미 아프리카 동북부 2250만 명의 인구가 식량부족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IPCC는 2019년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를 통해 식량공급의 불안정성으로 2050년 주요 곡물가격이 23%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더 극단적인 날씨, 홍수, 가뭄을 초래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하게 만들고, 물과 토지 등 자원 부족을 유발해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토는 기후변화를 안보위협으로 규정, 그 대응을 집단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기후안보센터 역시 현 추세대로라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 간 대립이 격렬해지는 등 정치리스크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안보정책의 핵심요소로 지목하고, 2021년 6월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안보 영향을 분석해 향후 관련 리스크를 모든 군사전략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식량, 국방, 경제, 복지 등 인권과 국가 안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국가는 그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에 들어갔으며, 이를 토대로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수립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석탄발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친환경차 보급에 역점을 두어 왔으며,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을 함께 이루기 위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습니다.”

여기서도 읽히듯 탄소를 기후변화 주범으로 단정하고 있다. 탄소가 지구온도를 높이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탄소 배출만 하지 않으면 모든 게 정상화되는 걸까. 탄소는 기후위기 유발자인 동시에 생명의 기반이다.

우리 몸의 16%는 식물을 섭취하거나 식물을 먹은 동물을 섭취해 얻은 탄소다. 땅 속 탄소는 식물의 성장 촉진과 식량공급에 필수요소다. 탄소는 지구를 인류가 살 수 있는 평균 15도로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한편 토양은 탄소를 대기에서 격리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즉 탄소가 대기에 남아 있느냐 토양에 머무느냐에 따라 남의 편이 될 수도 우리 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악당 대하듯 탄소를 비난한다. 오로지 탄소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폭격하는 이유가 압박만으로 뭔가 하는 듯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은 아닌가.

탄소 배출은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목표여선 안 된다. 탄소중립은 수단이다. 대한민국을 식량위기, 경제적·정치외교적·환경적 위기로부터 지키고 국민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탄소중립의, 정부의 목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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