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고민하고 과감하게 변화 이끌어야 한전이 ‘탄소중립’ 선도 할수 있어

정승일 한전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신임 사장이 지난 1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전기신문 유희덕 기자]

‘과감’이란 단어가 앞으로 한전의 변화를 이끌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1일 정승일 한전 사장은 취임사에서 ‘과감’이란 단어를 10차례 언급하며 속도 있는 변화를 예고했다.

정 사장은 “‘Carbon Neutral’이라는 에너지 산업의 대전환기에 한전의 제21대 사장으로 취임해 어깨가 무겁다”며 “공익성과 기업성의 조화, 가치경영과 수익성 제고, 에너지전환과 디지털 변환에의 대응, 고객 만족과 사회공헌, 협업 생태계의 조성, 해외 신사업 개척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 지금까지 한전 구성원이 추구해온 가치, 그리고 성과와 전통,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거나 버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런 가치 위에 힘을 보태 그 이상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앞으로 한전이 ‘탄소중립’을 이끌 에너지기업으로서 명확한 역할을 찾기 위해 기술 혁신은 물론 전력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내부 조직문화 개선 등 과감한 혁신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도 주문했다.

정 사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빠르게 단일대오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며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의 선제적 기술혁신, 과감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이 과감이란 단어를 10여 차례 언급하며 변화를 강조한 것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전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한전이 선도적인 역할을 찾지 못할 경우 미래의 한전 모습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시대 한전 ‘탈탄소화, 분산화, 지능화’ 이끌어야

송배전 이용 요금제도 마련하고, 전력시장 개편 준비해야

한전이 탄소중립을 위해 왜 과감하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밝혔다.

EU가 탄소배출 정점에 도달한 이후 60년에 걸쳐 달성하고자 하는 탄소중립을 우리는 그 절반의 기간 안에 도달해야 하며 제조업 비중과 에너지다소비업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현실을 지적했다.

오스테드(Orsted)사 사장의 ‘속도전’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을 것을 주문했다. 오스테드는 당초 2040년까지 에너지생산의 85%를 재생에너지로 구성하고 해상풍력 단가를 100유로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두 번째 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2025년이면 100% 재생에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은 한전 구성원들에게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분야 패러다임으로 탈탄소화, 분산화, 지능화를 고민하자고 했다.

정 사장은 “전력의 생산과 소비는 물론 송배전에 이르기까지 전력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추세”라며 “탈탄소화의 한 축은 에너지믹스, 발전믹스의 과감한 전환이고, 또 다른 축은 효율과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너지믹스가 주로 수용성,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고려됐다면 이제는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가능한 대안을 모두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발전과 빠르게 확대되는 신재생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송변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하며 전력의 생산, 운송, 소비 전 주기의 효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달성한 효율 향상은 발전과 송배전 설비투자를 최소화하면서 한전으로서는 시스템 설계 및 제조, 운영 노하우를 비롯해 하이테크 선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분산화’를 준비하고 선도할 것도 주문했다. 마이크로그리드의 구축,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전환은 전력시스템의 혁신이 뒤따라야 가능해지는 만큼 한전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하고 고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전력수요의 지역적 분산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전력생산을 분산시킬 인센티브와 송배전 이용 요금제도를 마련하고, 전력시장의 개편과 가상발전소 도입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전력의 생산, 운송, 판매 등 밸류체인과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능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하에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산단, 스마트 시티와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까지 고민의 폭을 넓혀 가자” 고 주문했다.

전기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정성, 경제성을 높여 가야 하며 데이터(D), 네트워크(N), 인공지능(A)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 혁신과 솔루션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스마트미터기 확산을 계기로 다양한 요금제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사장 직원들에게 "왜 하는지 모르는 일 과감하게 버려라"

“더 이상 갑질 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게 하자” 주문

탄소중립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유능한 KEPCO, 든든한 KEPCO, 따뜻한 KEPCO’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우선 업무효율 혁신을 주문했다.

정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이 일을 왜 하는지 잘 모르겠거나, 설명할 수 없다면 과감하게 버릴 것을 요구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잘 정의하지 않고 일을 벌이는 것은 재앙이라는 것이다.

정 사장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를 잘 정의하는 것, 이것은 조직 리더의 몫”이라며 “부장님, 처장님, 본부장님, 부사장님, 그리고 저까지 포함해 이것을 잘 정의하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든든한 KEPCO로 국민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공공성 측면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사장은 또 “따뜻한 KEPCO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며 “외부 조직과의 관계에서, 또 조직 내 수직-수평적 관계에서 소위 너그러움, 관용과 배려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형성과 유지의 첫걸음” 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더 이상 갑질이란 단어가 한전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전력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시는 분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고 있는 분들, 또 한국전력이 만든 서비스를 사시는 분들 모두 우리들의 소중한 미래 동반자”라며 “중소·중견기업들의 소재, 부품, 장비 기술개발도, 미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도, 그 성공 비결은 단언코 정부와 공공부문의 리스크 분담이었다”고 말했다.

한전의 공공부문의 역할을 찾기 위해 미래 기술로드맵과 투자 리스크를 공유하고, 성능을 함께 평가해주며 성능이 인정된 제품을 구매해 트랙 레코드를 만들어주는 것이 파트너들의 요청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끝으로 전력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플랫폼 기업’으로 한전이 거듭나기 위한 고민을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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