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확대를 위한 정부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자동차관련 단체에서 눈에 띄는 주장을 했다. 핵심은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전기의 생산방식을 감안하면 전기차는 에너지 비효율적이란 것이다.

국내에서 전기차 보급은 ‘녹색성장(Green Growth)’을 국가 어젠다로 제시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라고 보는데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먼저 자동차부문에서 산업 발전과 지구환경 보호를 하려면, 엔진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모는 교통부문보다 크지만, 실제 산업부문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은 저항이 크고 한계가 있다. 즉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 산업활동을 줄이려면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부문은 산업부문에 비해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정책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자가용 승용차는 대중교통보다 수송효율이 적은 반면, 차량이 늘면 석유의 수입량도 늘기 때문에 비산유국인 국내에서 엔진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이나 친환경차로 전환하려는 전기차보급정책은 국민의 정책적 수용성이 컸다.

물론 전기차보급의 초기 단계에도 ‘전기차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반대가 전혀 없지 않았다. 전기차의 동력인 배터리의 충전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에너지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전기차 구입가격도 동급의 기존 엔진차의 판매가격보다 거의 2배로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 수용성도 매우 낮았다. 전기차를 구입하면 구매보조금으로 지원함으로써 구입 문턱을 낮게 해 전기차 보급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보조금정책은 지불능력이 높은 사람에게 세금으로 전기차 구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소득 역진적’ 정책이란 비판도 있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기차보급정책을 시행한지 약 10년이 경과했다. 일반도로에서 전기차를 자주 본다. 자동차산업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중립정책에다 많은 관심을 보이자 정부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전기차의 친환경성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친환경이지만, 화력발전비율이 높은 국내에선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엔진차 생산라인이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되면 일자리 소멸과 자동차부품산업의 침체도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는 빠른 ‘추격정책’을 수행한 덕분에 글로벌자동차회사의 반열에 도달했지만, 뜻하지 않은 숙제를 해결해야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아직 기술력이 낮은 전기차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는 상황이고, 엔진차분야에선 매출액 감소와 노사 갈등 등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엔진차생산이 감축되면 AS부품 조달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런 난제를 회피하거나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글로벌 업체(OEM, OES)도 유사한 과제를 떠안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는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자동차업체들은 2030년경부터는 엔진차 신규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2020년 전기차 100만대 보급계획’을 논의하는 그 당시에도, 지금과 유사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 친환경자동차의 유형에 클린디젤차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다. 당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디젤엔진을 개선한 클린디젤차보다 에너지 비효율적이며 친환경이질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혁신적 기술변화로 전기차가 급증하는 현시점에선 보면 당시의 주장은 근시안적인 평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에 대한 에너지·환경차원의 다양한 논의는 미래 전기차산업과 기존의 엔진차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황상규 박사(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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