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규제일몰제 개선방안’ 발표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규제일몰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10일 ‘규제일몰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현행 규제일몰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호주와 같이 규제시행 후 10년이 경과하면 규제를 자동적으로 폐지(repeal)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재입법(repeal and replacement) 통해 규제를 신설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재검토형 일몰규제 심사 결과, 총 9200건 중 2.9%인 266건만이 폐지되었고 93.4%(기존규제 존속 69.2%, 개선 24.2%)는 규제가 연장됐다.

일몰대상 규제는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형식적 심사, 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규제존속의 필요성이 “규제가 필요하므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거나 일몰연장의 필요성이 “주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므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등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일몰제 운영과 관련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며 심사결과에 대한 전체 통계와 주요 정비사례만 규제개혁 백서를 통해 공개된다. 일몰규제의 연장여부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내용을 모르고 일몰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다.

일몰을 전제로 규제를 쉽게 도입한 후 연장, 재연장을 거쳐 사실상 존속기한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일몰설정이 해제되는 경우도 많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규제를 유지/개선하기로 결정된 재검토형 일몰규제 8589건 중 21.7%는 일몰설정이 해제됐다.

규제 일몰제는 행정규제기본법에 규정된 법정제도다. 1997년 8월 행정규제기본법 제정과 함께 효력상실형 일몰제가 도입됐으며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재검토형 일몰제가 도입됐다. 국무총리 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은 신설·강화되는 경제규제는 원칙적으로 효력상실형 일몰제를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일몰이 설정된 규제는 대부분 재검토형이다. 규제건수 기준으로 효력상실형은 전체의 1.5%에 불과하고(2014년 기준), 일몰제를 규정한 조문기준으로는 1.9%로(2018년 기준) 규제건수나 조문기준 모두 98% 이상이 재검토형으로 설정돼 있다.

OECD로부터 규제사후영향평가의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는 입법에 관한 법률(Legislation Act 2003)에 따라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첫 번째 4월 1일 또는 10월 1일에 자동적으로 폐지된다는 원칙(Sunsetting)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규제신설과 같은 재입법 절차를 거쳐 기존규제를 대체(replacement)해야 한다. 의회가 정부가 만든 규제를 승인하지 않으면(disallowance notice) 해당 규제는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6개월 이내 동일내용의 규제는 재입법 하지 못한다.

호주정부의 일몰제 시행 결과 사후평가 보고서*는 일몰제가 규제를 감축하는데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시한이 2012년 4월 1일부터 2018년 10월 1일까지인 일몰대상 규제중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고, 28%는 일몰기한 도래전 폐지됐으며 38%만 대체입법이 만들어졌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정부도 규제 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모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효력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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