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요동치고 있다. 물량 부족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작년에 생산량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소수다. 우리나라도 차량용 반도체는 90%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는 완성차 시장의 반도체 수급난이 올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수급 사정이 어려운 건 차량용 반도체만이 아니다. 세계 반도체 수급 사정은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빠듯했다.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터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최근 반도체 업계 전반에는 ‘반도체 내셔널리즘’이 떠오르고 있다. 세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는 27%,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비메모리는 73%를 차지한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 공급망은 시스템반도체의 미국 인텔, 파운드리의 대만 TSMC, 그리고 메모리의 삼성전자가 각각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 구도가 ‘반도체 내셔널리즘’의 대두로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제조의 80% 이상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 몰려 있다. 미국으로서는 마음에 드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투자 확대와 함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 행정 명령을 승인했다. 미국은 반도체 인프라, 연구개발에 단기적으로 350억 달러를 쓰기로 했다.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업체인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인텔은 다른 설계 회사의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소규모로만 해 왔었다. 독립적인 사업 모델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을 축으로 세계의 반도체 공급망이 재정비되는 상황을 예상하기도 한다.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다. 애플 아이폰용 부품부터 스텔스 전투기 F-35에 들어가는 군용 반도체까지 생산한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TSMC는 이미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TSMC는 일본에도 연구·개발 시설을 마련한다. TSMC의 올 투자액은 31조 원이다. 앞으로 3년 동안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첨단 반도체 개발과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9년 말 기준으로 50개 이상의 반도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 전환을 천명하며 2030년까지 EU 내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의 2배 이상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에서 반도체는 혁신의 기반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작년에도 992억 달러 수출로 전체 수출의 19.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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