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고 새 휴대폰 출고까지 연기되는 등 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야심차가 출시한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애플도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미뤄야할 판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불균형 영향이 전기 시공 제조업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분야는 그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에는 전력 계량기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시공업체들은 몇 달째 손가락만 빨 처지로 몰려 제조 시공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반도체 부족은 연초부터 예견을 했으며 코로라 19로 인해 이동 자유롭지 못한 것도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영향을 줬다.

계량기 업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계량기에 들어가는 부품공급아 안 되는 것은 물론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월에 한전이 발주한 물량을 수주한 업체들은 부품 공급도 어려울 뿐 더러 가격도 크게 올라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문제는 계량이 수급이 안 되다 보니 계량기 설치를 주업으로 하는 한전 저압 협력업체들은 일손을 아예 놓았다.

한전 배전 협력업체로 선정됐다는 기쁨도 잠시 올초부터 일이 없어서 직원들 급여도 못 줄판이라고 한다. 업체 대표는 만나보니 한전에 요구한 필수인력의 임금을 포함해 한달에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지만, 지난 3개월간 공사를 한 것은 한 달에 1000만원 남짓이다. 대출을 받고 비상금을 활용해 버티고 있지만 올 하반기까지 문제가 안 풀린다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전과 계약한 저압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고압 업체에 비해 회사의 규모와 자금 운용 면에서 영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업체들 사이에선 뒤숭숭한 소문만 들린다고도 한다.

이번 문제는 업체들의 문제가 아닌 만큼 한전,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계량기 수급 문제가 이른 기간 내에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올 3분기까지 제조, 시공업체들이 버틸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제조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1월에 부품 발주를 내놨지만 하반기에 납품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제 막 부품 발주를 낸 업체들은 납품 기한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시공업계에 미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전례 없었던 춘궁기를 겪고 있다.

지금은 중소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동반성장의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 발주기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때 기업과 발주기관, 관련 협단체와의 신뢰도 깊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