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전기요금 조정을 위해 연료비연동제도를 도입했지만, 도입 초기부터 제도의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전기요금 조정 요인이 발생했지만, 4~6월 3개월간 요금은 조정없이 직전 3개월 요금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분명히 인상요인은 있었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코로나 19로 힘든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요금조정을 하지 않키로 했다. 사실 연료비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해도 큰 폭의 인상은 없기 때문에, 연료비연동제도 도입 취지를 살린다면 요금을 조정하는 것이 맞다.

도입 초기에는 국민들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유가 및 환율 등 대외여건의 변동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요금조정 유보는 앞으로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요금조정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때문에 에너지가격 결정은 물론 앞으로 다양화 되는 전력시장이 투명하게 운영 되고 이를 객관적으로 감시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 전력망 운영, 전력시장을 총괄하는 한국은행과 같은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국내 전력시장은 완전 자유화는 아니겠지만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지속된다면 시장은 물론 산업 자체에서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분야 전문가들도 ‘판매시장이 열렸을 때 소규모 다수가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독점해 부당이익을 챙겼을 때를 대비해 시장감시체계 구축은 꼭 필요하다’ 고 말했다.

시장이 자유화된 미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시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권한도 막강한데 일례로 FERC는 2014년 JP모건이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에서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4억1000만 달러(약 43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4년 독립된 전력감독 기관 설립을 준비했다. 당시 국내 전력망 운영을 상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력계통감독원’ 설립이 눈앞에 왔었지만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논의됐던 전력계통감독원의 역할은 전력계통 신뢰도 기준을 개발하고, 중립적으로 한전과 발전사, 전력거래소 등 시장 참여자와 계통운영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 등을 맡게 했다. 현재는 기존의 기능을 더해 시장에 대한 감시, 또 에너지요금에 대한 합리적 결정의 기능도 추가해야할 것이다.

올해부터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이 도입돼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가 가능해 졌다. 전력시장의 빗장이 풀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한전은 재생에너지에 한해 발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시장에서 허들이 하나둘씩 제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 감시 하는 방식은 예전처럼 정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한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이 어찌보면 전력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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