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 기술경영대학원 오정배 겸임교수

전남 신안에 2030년까지 8.2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많다. 건전한 비판과 달리,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말도 종종 들린다.

풍력발전은 전력공급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고, 경제효과가 낮으며, 전기요금만 올린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텍사스 대규모 정전을 예로 들며, 풍력발전이 많아지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텍사스 정전사태의 원인은 풍력발전이 아니었다. 전력공급망의 과도한 독립과 극단적인 변동요금제가 맞물려 발생했다. 텍사스 평균온도가 영상 10도여서 영하 17도의 한파와 혹설에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게 결정타였다. 필자는 오히려 이번 일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알려줬다고 본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보다는 풍력, 그것도 ‘해상풍력발전’이다.

말 그대로 바다 위에 설치되기 때문에 MW 단위의 대규모 단지 조성이 비교적 쉽고 풍향의 변화가 적어 유리하다. 유럽과 비교할 때 풍속이 약 2~3m/s 정도 낮지만, 저풍속 고효율 터빈기술을 활용하면 해소가 가능한 수준이다.

주변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풍력발전 설비의 90% 이상이 강철로 만들어지는데,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려면 약 200만t 이상의 철이 필요하다. 국내 연간 산업기계 철강 수요에 맞먹는 초대형 물량이다.

조선업과 전력케이블산업도 간접 수혜를 받는다. 해상풍력발전기와 기초구조물을 설치하려면 한 척에 3400억 원인 풍력발전기 전문 설치선이 지금보다 네 배는 더 있어야 한다. 해상에서 만든 전력을 육상으로 보내는 데에는 약 375km의 해저케이블이 필요하다.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재생에너지 전문연구소 일자리 창출 모델(JEDI)을 적용하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약 66만 개 정도다. 특히, 건설 이후 20년간의 운영인력이 약 50%여서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더욱 크다.

기대되는 지점은 또 있다. 한국은 해상풍력발전 추진에 필요한 공급망 구축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는다. 국민적 이해가 늘어나고 산업육성 정책이 뒷받침해준다면, 우리나라는 해상풍력발전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이때 중요한 건 초대형 자금을 집행할 금융조달 능력과 국내외 성공경험을 두루 갖춘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이 아닐까.

해상풍력단지의 대형인프라 구축은 한전이 앞장서고, 그 안에서 민간기업의 역량과 경쟁력을 착실하게 키워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직 여러 논란이 있지만,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상풍력 전세계 1위인 덴마크의 에너지 공기업 오스테드와도 당당히 경쟁하는 날을 조심스럽게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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