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포스코인터네셔널, 카카오, 엔씨소프트, 현대제철, 롯데손해보험.

얼핏 전혀 관련 없는 곳들처럼 보이지만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ESG 관련 핫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보이는 듯하더니 어느새인가 기업들이 너도나도 ESG를 외치고 있다.

ESG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환경보호, 탈탄소, 지배구조법 등 항상 얘기되던 것들이다.

ESG라는 용어 자체도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 세계 50여 곳의 주요 금융기관 CEO들에게 지속가능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제시된 기준이다.

원래 있던 것들이 그럴싸하게 포장되며 더욱 큰 관심을 받는 것.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다.

쉽게 떠오르는 단어는 창조경제다.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주창한 개념으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는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징처럼 쓰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창조경제에 휩싸였다. 너도나도 온갖 것에 창조경제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고, 공무원들도 앞다퉈서 프로젝트에 ‘창조경제’라는 수식을 갖다 붙였다.

4차산업혁명 또한 비슷하다. 디지털과 AI, 5G 통신 등이 연결되는 산업환경을 의미하지만, 이를 모르고 ‘온갖 신기하고 대충 새로운 것’에 4차산업을 붙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저 4차산업이라면 주목받기 때문이다. 연구과제 통과를 위해 제목에 ‘4차산업혁명’을 붙여야 한다던 어느 공공기관 연구원의 인터뷰가 기억이 남는다.

그러나 ESG에 관한 관심은, 단순 시대를 스쳐 가는 게 아니길 바란다. 분명 ESG는 거시적으로, 장기적으로 분명 옳은 방향이지만 개별 기업에게는 당장 부담이 되는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는 정부과 기업, 국민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기업운영의 기본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희뿌연 하늘 아래서 근로자 사망과 어느 회장의 배임·횡령 소식을 뉴스로 보는 일이 줄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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