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주민들의 관계는 과장되게 표현하면 생사를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주민과 발전소의 관계는 한수원 직원보다 더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먼 훗날 고리1호기에 이어 고리원자력본부의 다른 원전까지 가동 중지하게 된다면 직원들은 새울본부나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직하는 인사 문제에 그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고리원전 인근 마을 주민들은 고리2, 3, 4호기 영구정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12일간의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3명 중 1명은 동의했다.

일반 사기업이라면 노조에서 해야 할 일을 지역 주민들이 한 것이다.

서명운동을 이끌었던 조원호 월내리 이장은 이와 관련 한수원으로부터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이장은 공기업 직원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발전소와 인근 주민들의 관계를 운명적(?)이라고 하는 표현 이유는 주민들에게 선택의 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고리1호기가 들어설 때는 지역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복어가 잡히는 황금어장을 둔 고리항은 사라졌다.

원전이 없었다면 절경으로 관광지가 될 뻔했던 마을은 원전과 공동체가 되며 운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주민들은 탈핵을 외치는 환경단체를 싫어한다. 마음까지 운명 공동체가 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인근이 경치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객들이 잘 오지 않는다. 원전 근처에서 회를 먹던 일본인 관광객이 식당 주인에게 저 건물이 뭐냐고 물었다, 식당 주인이 원자력발전소라고 답하니 회를 먹다 말고 나갔다는 일화도 있다.

고리 원전 인근에서 식당이나 옷가게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자영업자의 절반은 지역 주민들이다. 발전소 직원이 돈을 많이 벌면 낙수효과로 이들 역시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코로나19는 플러스였던 이들 사이의 관계를 마이너스로 바꿔버렸다.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은 자영업자들과 달리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직종이다. 오히려 재난 지원금과 외식, 해외여행 자제 등으로 소비가 줄어 경제적 여유가 더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원전 인근 식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원전 직원들이 외부 식당 이용을 자제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렵지 않은 자영업자가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들 지역은 원전 직원들만 상대로 했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횟집은 5인 이상 집합금지로 핵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일부 식당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도시락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락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봉고차나 작은 트럭도 준비해야 하며 복어국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은 도시락으로 만들기 힘들다. 이들 지역은 시골이라 배달앱도 사용되지 않는다.

한수원은 정부 지침이고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으나 조금만 더 섬세하게 주민 입장에서 살펴야 함에도 지역 경제를 위한 협의회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기자는 이전에도 지역 주민에게 가산점이 아니라 할당제를 적용해서 한수원에서 채용해야 하는 것이 소통과 생상의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만약에 고리본부에 지역 주민이 많이 있었다면 원활한 소통으로 한수원에서 좀 더 섬세하게 지역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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