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해다. 1년 중 ‘희망’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바로 그 새해다. 시간의 출발선에 마주한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덕담을 나눈다. 흩어져있던 각자의 마음 속 작은 희망들이 조우하는 순간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1995년)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조그만 손망치로 벽을 뚫어 마침내 자유인이 되는 것처럼, 희망은 의지와 간절함을 만나 비로소 꽃을 피운다.

희망이 그저 레토릭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 ‘無爲則無作(무위즉무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현실이 된 지금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제질서와 사회 경제 패러다임뿐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단숨에 바꿔놨고, 기업 역시 중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디지털화 등 메가트렌드는 도도하게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전인미답의 3000피 시대가 열렸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춥고 깜깜하다.

그래서인지 새해를 맞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자칫 현재의 어우선한 상황에 매몰되고 미래 준비에 소홀할 경우 그동안 쌓은 성장의 역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주요 기업들의 새해 설계도 이런 엄혹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어휘 역시 ‘미래’, ‘성장’, ‘변화’, ‘기회’다.

“미래 성장사업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도출해야 한다”(구자열 LS그룹 회장), “지금의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만들자”(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미래 사업 발굴과 강화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지속성장과 미래준비를 통해 도약하자”(나형균 대한전선 대표) 등 한결같이 변화와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험난한 여건 속에서 일제히 강도 높은 ‘혁신’을 다짐하기도 했다. 새해의 다짐과 각오가 연말에 어떤 울림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중전기기 산업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력기기 수출은 100억달러 초반 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확장의 한계를 감안하면, 중전기의 수출 산업화가 실패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장밋빛 미래는 요원한 일이다.

과거 전쟁 같던 산업화 시대에 국가주도형 계획경제가 빛을 발하던 시절이나 세계화가 완성된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내수침체와 저성장을 벗어날 유일한 출구전략이 바로 수출이란 점이다.

2021년, 거대한 변화와 기회를 마주한 전력 제조업이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갈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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