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작업 30분 위해 필요한 서류작업만 몇 시간...“현장 챙길 여력 부족”
안전 관련 정원 확보, 저위험 작업 서류작업 간소화 등 대책 마련 나서
안전부서 기피 현상 심화에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

발전현장에서 안전이 강화되면서 필요한 서류작업이 대폭 늘어나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된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전이 강조되면서 요구되는 서류가 크게 늘었고 안전업무 담당자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인력은 그대로인데 서류업무에 필요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작 현장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30분 현장작업을 위해 필요한 서류작업이 몇 시간씩 걸리는 등 현장을 돌아다녀야 할 인력이 서류만 붙들고 있다가 시간이 다 간다”며 “안전은 현장에서 챙기는 것이지 서류로 챙기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전이 강조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증빙하기 위한 서류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방향성은 주객을 전도시켜 오히려 안전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발전사들은 정부와 안전과 관련한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원이 확보되면 안전 전문인력 채용을 통해 충분한 인력이 현장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발전사들은 작업의 위험도를 분류해 고위험 작업이 아닌 경우에는 서류작업을 간소화함으로써 현장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 곳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인력 지원은 없고 업무강도는 세지는데 불의의 사고라도 발생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안전 관련 업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호도가 낮은 부서는 잦은 담당자 교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소위 ‘업무가 익숙할 만하면 담당자가 바뀌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채용을 대폭 늘린 발전공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비중이 높아 업무숙련도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전사 내부적으로도 근무지나 부서 간 선호도 차이가 큰 것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묘안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사회적으로 안전이 강조되고 법적 규제가 강력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력·재정 투입을 통해 업무강도를 분산하고 무거운 책임에 버금가는 권한이나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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