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 “전력구입비 연동제 지금이 적기”
주영준 산업부 실장, “전력구입비 연동제 아직 고민 안 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하기로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 점점 복잡해져가는 모양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한전의 적자, 흑자와는 관계없이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상황과 유가하락 등의 변수가 커서 상반기에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7월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인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논의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3차 추경까지 해서 전 국민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기업 지원과 일자리 대책에 투입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체계 개편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체계 개편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등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각종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 폐지와 산업용 경부하 요금, 농사용 요금 조정 등이 핵심 사안이다.

분명 왜곡된 부분이 많아서 개선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취임 후 지속적으로 두부와 콩 비유를 들며 전기요금의 불합리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산업부와 갈등설이 불거지자 최근에는 정부와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사실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원칙론을 버리지 못하면서,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되는 전력시장 제도나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력구입비 연동제는 연료비나 전원별 발전량 변화 등으로 전력구입비가 변동하면 전기요금도 그에 맞춰 올리거나 내리는 요금체계를 말한다.

현재 전기요금은 국제유가나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려도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고유가 시기에는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저유가 시기에는 흑자가 쌓이는 구조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3월 중순부터 20달러 초반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0~4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저유가 기조가 향후 최소 1~2년, 길게는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연료 하락 덕분에 한전은 1분기 영업이익 4306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5~10조원 정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도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에 적극 찬성 입장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을 적기에 반영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점점 늘어나는 정책비용(신재생RPS, 온실가스감축)의 회수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고민이 크다. 당장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없겠지만, 앞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책비용을 소비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게 국민들의 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재부는 한전의 배당금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많은 에너지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그동안 정치적 셈법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한전이 적자가 나도, 흑자가 나도 요금을 조정하는 게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력구입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전기요금의 탈정치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영준 실장은 “정부는 아직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저유가 시기인 지금이 도입기회라는 의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전기요금 변동성이 증가하는 단점도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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