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과 가깝고 접근성 좋은 곳
아파트 등 주거지 충전소로 이용패턴 변화

타디스테크놀로지가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간 유저들이 자주 이용한 전기차 충전소를 분석한 결과.
타디스테크놀로지가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간 유저들이 자주 이용한 전기차 충전소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의 성지’라고 불리는 제주도가 충전 유료화를 시행한 지 한 달을 넘기면서, 국내 전기차 충전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그동안 생활 반경에서 먼 곳이라도 무료 충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수고스러움을 감수했던 기존 행태와 달리 유료화 이후에는 일상생활하기 편한 주거지 중심으로 이용패턴이 변화한 것이다.

타디스테크놀로지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브이웨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간 유저들이 자주 이용한 전기차 충전소 상위 25곳 가운데 노형 삼다아파트 앞 공영주차장, 근로자종합복지관 주차장, 이도이동 복층화 공영주차장, 동홍아파트 5단지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 25위권 내 충전소는 전체 이용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연구소, 공원, 휴양림 등 도심 외곽에 위치한 충전소의 경우 순위권에서 탈락했고 기존에 없던 주거지 충전소가 새로 등장했다는 게 특징이다.

제주도는 무료였던 개방형 전기차 충전기를 지난 3월 20일부터 모두 유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유료 전환된 충전기는 급속충전기 64기와 교통약자 맞춤형 급속충전기 49기, 완속충전기 235기 등 모두 348기다.

충전요금은 전기차 특례 요금제 및 전력량 요금의 50% 할인에 따라 오는 12월 31일까지 1kWh당 173.8원이다. 내년부터는 제주도전기차활성화위원회에서 결정한 1kWh당 313.1원이 적용된다.

이처럼 제주도에서 전기차 충전 유료화 바람이 불자, 기왕이면 사는 곳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충전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주도 내 관공서 차량이나 영업용, 렌터카가 아닌 실제 일반 전기차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주거지 중심의 충전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민간 보급률이 타 지역보다 높은 제주도의 이번 사례를 통해 주택가 급속충전기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충전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충전 환경을 조성할지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는 육지에서도 충전기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이용자 불편을 줄이면서도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용권 타디스테크놀로지 대표는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설치하기 쉬운 관공서에 충전 인프라가 있고 특히 완속충전기는 아파트나 주택가 공용 주차장 등에 없어 활용도에 대한 분석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공공건물의 완속충전기는 심야 사용이 어려워 실질적으로 값싼 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주거지 중심으로는 충전 편의성 및 혜택을 넓히기 위해 중속이나 완속충전기를 많이 보급하고, 공공시설과 교통 요충지에는 빠른 회전(30~40분 컷-오프)을 위해 급속충전기를 설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많이 쓰는 충전소에 대한 점검을 다른 곳보다 더 자주 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타디스테크놀로지는 장거리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낮 시간보다는 저녁에 여유 있게 충전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데이터를 보면 퇴근 이후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의 충전 기록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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