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영국은 급격한 전력 가격 인상을 경험했다. 영국은 전체 전력시장에서 풍력의 비중이 25% 수준인데, 올여름 바람 감소로 인해 풍력 발전량이 감소했으며 여기에 전력 가격을 인상시키는 몇 개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기신문 3907호 5면 바람 줄면서 영국 전기요금 10배 ↑…한국 에너지 정책도 ‘양날의 검’)

한국의 경우 2020년 신재생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살펴보면 태양광이 45.5%, 바이오(기력발전의 바이오 혼소 포함) 18%, 수력 10.6%, 풍력 8.6%으로 신재생 발전의 절반 정도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월~8월 기간 동안 태양광의 비중은 51.9%로 증가했다. 2050년 한국의 전원믹스(mix)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재생 발전이 현재와 같이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한다면 전력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경제 시스템 전반에 에너지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적시에 경제 전반의 성과를 저해하지 않는 가격 수준으로 공급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전력 산업에 적용해보면 결국 전력을 필요로 하는 소비 주체에게 적시에 적정한 가격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발전연료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전력 공급 부족,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특정 발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발전원들을 시스템적 관점에서 조정하며 운영하고 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그 태생적인 한계인 기후 여건에 의한 간헐성과 변동성에 의해 ‘적시’와 ‘적정 가격’이 미래 한국 전력산업에서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먼저 신재생 확대로 인한 시스템 실패를 막기 위해 과거의 전원믹스 개념을 보다 확장해 안정적 전력 공급, 즉 ‘적시’의 관점에서 개별 신재생 기술들의 장단점을 고려한 최적 신재생믹스의 설계 및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신재생 발전원 중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은 정부 보조금 정책 및 시장 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며, 따라서 향후 특정 신재생 발전에 투자가 집중되지 않도록 신재생 발전의 균형적 다양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신재생믹스만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은 저장(storage)믹스이다. 신재생의 변동성과 통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잉여 전력을 저장한 후 수요가 많은 다른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전력 저장/전환 기술을 통해 ‘적시’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공급 부족에 의한 급격한 가격변동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개별 신재생 발전원의 특성을 고려한 적정 저장 기술 및 용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단기 저장(수시간-수일 수준: 양수, 배터리 등)과 중장기 저장(계절 혹은 그 이상 수준: 수소, P2H 등) 등 시간적인 관점에서도 저장수단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신재생 발전원과 저장기술들을 고려한 하나의 시스템적 접근과 함께 이를 위한 정부 지원 및 시장 제도뿐만 아니라 급격한 기후 및 환경 변화에 대한 다각도의 시나리오와 대책 수립 역시 필요하다. 여기서 아직 기술 개발이 불확실한 기술의 개발 완료를 가정하거나 국민 수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상용화를 염두에 둔 전원/저장 믹스 구성 계획 및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개별 신재생 발전원의 발전량 예측 모형의 고도화를 통한 최적 예비율 관리 역시 요구된다.

계란을 한 바두니에 담지 마라.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으로 생각하는 제임스 토빈의 격언이다. 신재생 발전의 비중을 증가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여러 신재생 발전을 어떻게 엮을 것인지, 신재생 발전의 불안정성을 어떤 저장믹스와 기술, 제도로 보완해 신재쟁 발전 기반의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는 ‘적시’와 ‘적정 가격’이라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제도 설계와 믹스로 인해 특정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경우 2021년 영국의 여름을 우리도 경험할 수 있음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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