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판매가 20% 인상, 내달 국내시장 반영
통학차 8만여대 2035년까지 전기·수소로 전환
충전소 수익악화 폐업↑, 수소충전소 보급 타격

사우디의 LPG 판매가격 인상에 따라 11월 국내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우디의 LPG 판매가격 인상에 따라 11월 국내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다음 달부터 국내 LPG 판매가격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가격의 기준이 되는 사우디가 판매가격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LPG연료차인 택시와 통학차량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LPG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10월 LPG 판매가격(CP)을 전달보다 대략 20% 올린 t당 795~800달러에 판매했다.

LPG에는 프로판과 부탄이 있는데 프로판 가격은 전달보다 135달러 오른 800달러, 부탄 가격은 전달보다 130달러 오른 795달러를 기록했다. LPG 가격이 800달러를 넘기는 2014년 7월 이후 7년 3개월만이다. 그만큼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사우디 판매가격은 아시아 LPG 가격의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역시 사우디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가격을 정한다. 사우디 10월 가격은 운송기간을 감안해 한달 뒤인 11월부터 우리나라 시장에 반영된다.

사우디 가격 인상폭이 그대로 국내시장에 반영된다면 차량연료인 부탄의 경우 10월 첫째주 ℓ당 980원이 1176원까지 올라간다. 부탄 가격이 1000원을 넘긴다면 2014년 10월 이후 7년만이다.

이 같은 LPG 가격 상승은 최대 공급국인 미국이 친환경정책으로 생산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PG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셰일광구에서 LPG도 생산하면서 세계 최대 공급자 역할을 했는데 최근 생산량이 줄면서 사우디 견제자가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LPG 가격이 오르면 수요처는 저렴한 대체재인 도시가스나 전기로 전환하기 때문에 LPG업계는 수요처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LPG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어 업계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정부는 18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35년까지 전국 어린이 통학차량 8만3000여대를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전환 목표량은 2024년까지 7000대, 2027년까지 1만8000대, 2030년까지 2만대, 2035년까지 3만8000대이다.

통학차량 시장은 LPG업계의 중요한 시장이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 명목으로 통학차량 중 노후 경유차를 LPG차로 전환하면 대당 700만원의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보조금을 2023년까지만 지원하고 이후부터는 중단할 방침이다.

가뜩이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LPG차량 수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12만대이던 LPG차 수는 올해 8월 197만대로 줄었다.

LPG 수요 감소는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LPG충전소에 함께 설치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고압가스의 경우 안전관리자를 최소 2명 이상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 악화로 폐업하는 LPG충전소가 늘어나면 수소충전소 보급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동의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대응할 시간이 없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LPG시장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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