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데 왜 경제는 좋아지지 않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모 대학의 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 이론은 단순하지만 경제 현실은 복잡하다.”

이론과 달리 현실은 정치, 문화, 국민감정 등 여러 주관적인 변수가 작용하는 데다 인간의 합리적 선택과 비합리적 선택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학자가 대학에서 고고하게 자신만의 성을 쌓으면 되는 것과 달리 정부, 기업, 기관의 수장은 한곳에 오래 근무했던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 경영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를 오래 연구했던 학자는 “경영성과가 좋은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경쟁하고 전문경영인보다 대통령의 친구가 CEO로 있는 곳이다”라고 어느 포럼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대통령의 지인이 외압을 막아주고 직원들은 힘 있는 CEO를 믿고 소신껏 일한다는 것이다. 군 출신 박태준 포스코 회장 사례를 보면 수긍이 간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차기 원장 선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노조에서 차기 원장에 정치적 인물을 선임하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종 후보 3명 중 2명이 내부인사인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출신의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노조 성명서를 노조에서 발송한 것이 아니라 에경연 대외협력팀에서 발송했다. 노조가 홍보부서에 언론사 메일링 리스트를 받아서 발송하는 수도 간혹 있다, 그러나 에경연 홈페이지 조직도를 보면 대외협력팀이 부원장 직속으로 표시된 상황에서 원장 선임 인사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외협력팀 직원이 정치 인사를 반대한다는 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잘못된 처신이다. 더구나 현 부원장이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부원장의 사주가 있었거나 최소한 사전에 교감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대외협력팀에서 에경연의 연구성과 관련 보도자료 제공 등 적극적인 홍보가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왜 노조 성명을 대외협력팀 직원이 직접 언론사에 발송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이공계 출신 다양한 경력의 원장 후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에경연에서 외국의 언론이나 문헌을 기반으로 세계동향을 소개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직접 산업현장과 소통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성과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핵심과제임과 동시에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는 원전해체 분야와 관련 연구성과 등이 미비했던 것도 한 예이다.

박태준 포스코회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코드인사가 나쁜 것도 아니다. 특히 씽크탱크에는 코드인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에기평 원장 출신의 에너지전문가를 정치적 인사라서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터놓고 묻고 싶다.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후보와 연구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했던 후보 중에서 누가 원장으로서 역할을 더 훌륭히 수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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